남경필-김용태 22일 탈당… 이정현 “黨 떠나면 면죄부 받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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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分黨 치닫는 새누리 집안싸움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22일 오전 ‘최순실 게이트’ 파문 이후 비주류 중 처음으로 탈당을 선언한다. 당 안팎에서는 양 진영 간 갈등이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 나온다. 
○ 비주류 탈당 현실화

 비주류가 극한 대치 끝에 탈당이라는 행동을 선택했다. 여권의 잠재적인 대선 주자인 남 지사와 비박(비박근혜)계 3선인 김 의원이 깃발을 들었다. 김 의원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발표에도 청와대는 안하무인이고, 이정현 대표는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탈당을) 결심했다”며 “새누리당은 더 이상 개·보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최순실 정국에서 위태롭게 유지돼 온 새누리당이 분당(分黨) 수순을 밟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과 재선인 하태경 의원의 선택이 주목된다. 비박 중진인 정병국 나경원 주호영 의원 등도 물밑 대화를 하고 있다. 이들은 탈당 의원 수가 국회 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20명)에 이를 정도가 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탈당 러시’의 첫 번째 키는 김무성 전 대표가 쥐고 있다. 비주류에서 상대적으로 세가 많은 김 전 대표가 탈당을 결단할 경우 빠르게 분당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비주류가 주축이 된 비상시국위원회 소속 의원 29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7명 등 총 36명은 이날 당에 박근혜 대통령 징계요구서를 제출했다. ‘친박(친박근혜) 인적 청산’ 주장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하 의원은 “당에 이 대표뿐만 아니라 정계 은퇴해야 할 사람이 더 많다”며 “친박 패권주의, 최순실 비호 행위를 한 사람을 기준으로 9명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정현 “당 떠나면 면죄부 받느냐”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탈당파를 겨냥해 “상한 국 안에 있는 것이면 그것이 국물이든, 건더기든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 다 거기서 거기”라며 “당이 어려워지니까 ‘나는 저 당과 상관없다’며 당을 떠나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에 대해선 “콩나물값 깎다가 애 잃어버린다는 말이 있다”며 “당을 혼란과 공백 위기에 몰리게 했는데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직자들의 사퇴 요구로 물러난 박명재 사무총장 후임에 친박계인 박맹우 의원을 임명하고 조기 전당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 대표는 또 대통령 퇴진과 탄핵, 국회 추천 총리를 동시에 하겠다는 야당에 대해 “하야와 탄핵은 전혀 별개이다. 어떻게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이냐.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탄핵한다고 하고, 하야하라고 하면서, 또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해 국무총리를 포함한 중립내각을 구성한다고 한다”면서 “두 손가락으로 원과 세모와 네모를 동시에 그리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비판했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비주류의 탈당 명분을 세우려고 자기들끼리 대통령을 출당시키려 하는 것도, 야당과 함께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것도 정치적 패륜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비박 진영 황영철 의원은 “패륜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될 도리에 어그러짐’을 뜻한다”며 “국민 시각에서 본다면 누가 패륜하는 사람인지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 지도부, 김무성-유승민 ‘분리 대응’

 이날 당 지도부가 원내 비주류의 핵심인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분리 대응’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돌을 맞아야 할 김 전 대표가 당을 향해 끊임없이 돌을 던지고 있다. 당을 떠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기자들을 만나서도 “김 전 대표는 하늘에 떠 있는 깃털 구름같이 행동과 말이 너무 가볍다”고 몰아세웠다.

 반면 이 최고위원은 유 의원을 두고는 “그래도 당과 관련해 상당히 무겁게 행동하고, (김 전 대표와는) 상황이 다른 것 같다”고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유 의원도 최근 친박계 지도부를 향해 “하루하루 당이 망가지게 하는 주역들”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이를 놓고 당내에선 친박계가 ‘유승민 대안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비주류의 탈당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친박계가 ‘보수 혁신’을 주장하는 유 의원을 당의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을 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 의원은 탈당에는 단호히 선을 긋고 있다.

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신진우 기자
#비박#새누리당#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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