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 역풍에 朴대통령 ‘승부수’… 내각구성 권한 넘길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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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어디로/4일 대통령 담화]김병준에 대폭 권한 위임 밝힐듯
‘녹화사과’ 비판 의식 이번엔 생중계… 사과 진정성 없으면 여론 되레 악화
김병준, 야권인사 직접 만나 설득 계획… 野 “김병준 자질 무관하게 인준 거부”
장외투쟁도 시사… 압박수위 높여

 박근혜 대통령의 4일 대국민 담화 발표가 ‘최순실 정국’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이날 발표는 악화된 민심의 파고를 넘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선 실세들의 국정 농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진정성 있고 진솔한 사과와 설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만약 이날 발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하야(下野) 여론은 더 거세질 수 있다.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의 운명도 여기에 달렸다.

○ “야당 요구 전폭 수용할 수도”

 김 후보자는 3일 기자들을 만나 “국정은 단 하루도 멈춰선 안 된다”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지금도 너무 많은 심각한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닿는 대로 그것을 (야권에)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전략적 접근을 할 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야권이 인사청문회 보이콧, 개각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데 대한 복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자신의 진정성으로 야권을 설득하겠다는 얘기다.

 이어 청와대는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 이후 몰아치기 인사 발표로 오히려 ‘불통 논란’만 커지자 ‘국무총리-대통령비서실장’이라는 국정의 양대 축 인사가 마무리된 시점에 소통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담화는 오전 10시 반 생중계된다. 지난달 25일 당시 ‘95초짜리 녹화 사과’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의혹에 대한 해명과 진솔한 사과에 이어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히고 총리를 임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을 설명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검찰 수사 수용과 총리에게 대폭적인 권한 위임을 공식화하면 김 후보자가 바통을 이어받아 야권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만나는 수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후보자가 지금까지 야권이 요구해온 현안들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파격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 연장이나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청문회 개최 등을 여당이 수용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후보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여야 갈등의 ‘해결사’로 ‘개각 역풍’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은 마지막 카드로 꼽힌다. 여야 대표 회담 등을 통해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한 뒤에도 야권의 협조를 끌어내지 못하면 탈당 카드도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과 김 후보자의 ‘2인 3각 경주’에 야권이 호응한다면 ‘하야 정국’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는 야권

 문제는 야권의 반응과 국민 여론이다. 야권은 김 후보자의 간절한 호소 이후에도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직후 “야 3당은 이미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 자격, 주장과 무관하게 국회 인준을 거부하기로 합의했다”며 “입장을 번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같은 당 금태섭 대변인은 “(김 후보자의 기자회견은) ‘국면 전환용 쇼’”라고 논평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자를 두고 “버리는 카드”라고도 했다. 김 후보자의 낙마를 뻔히 알면서도 일부 보수층을 다시 결집시키기 위해 ‘덜컥 개각’을 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 외에도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과 촛불집회는 야권의 투쟁 강도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집회 규모가 지난 주말 수준(약 2만 명)을 뛰어넘으면 당 차원에서 하야 요구를 본격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3일 민주당 의총에선 ‘단계적 대응 전략’이 논의됐다.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우선 요구한 뒤 박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하야 요구나 탄핵 등으로 수위를 높이겠다는 얘기다. 우 원내대표가 “정부 여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밖에서 국민에게 직접 보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도, 박 비대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오기와 독선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성난 민심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단계적 대응론의 연장선상이다. 박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국민 마음에 다가가느냐가 마지막 관건인 셈이다.

이재명 egija@donga.com·송찬욱·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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