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내각으로 국정 수습”… “책임총리가 차라리 현실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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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거국내각론 잇달아 제기
문재인 이어 안철수도 공론화 “새 총리가 국정 수습해나가야”
김무성-남경필도 필요성 주장… 정치권, 김황식-김종인 총리 거론

친박 “진상규명이 먼저” 언급 피해… 실질적 거국내각 구성 전례 없어
靑 ‘결단’ 없인 실현가능성 희박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떠나 여야가 추천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내각을 꾸리자는 것이다. 거국내각은 현실성 없는 대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데다 책임총리 추천과 내각 구성에 여야가 합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 국정 수습 대안으로 거국내각 거론

 최근 거국내각 구상은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27일 의원총회에서 “우선 대통령 권한을 최소화하고 여야가 합의해 새로 임명된 총리가 국정을 수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거국내각을 구성하자는 얘기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거국내각으로 무정부 상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도 이날 개헌 토론회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가 리더십을 갖고 현재 체제가 유지돼선 안 된다”며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거국내각을 구성해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날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협치’를 주제로 열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국가정책포럼에서도 거국내각이 화제에 올랐다. 남 지사는 “협치형 총리를 요청한다. 여야가 인사 예산 정책 등 의사결정을 함께 하면 권력의 투명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한 라디오에서도 ‘협치’를 강조하며 “거국내각도 답일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도 “너무 큰 권력이 정점에 있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시스템이 문제”라며 “대통령이 탈당하고 거국내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책임총리가 현실적?

 국내에서 거국내각 구성은 전례가 없다. 1992년 노태우 대통령이 민자당 김영삼 대선 후보와 갈등을 빚던 중 선거를 2개월여 앞두고 전격 탈당한 뒤 현승종 총리 중립내각을 출범시킨 게 전부다. 그나마 당시엔 대선 관리 역할 정도에 그쳤다.

 현재 야권 주자들이 주장하는 거국내각은 여야 합의로 추천한 국무총리가 내년 대선까지 실질적으로 정부를 이끌게 하자는 것이다. 각 부처 장관 등 내각 구성까지 여야 합의로 임명하기엔 현행 대통령제 체계상 무리가 있는 만큼 새 총리가 각료 제청권을 행사해 새로운 내각을 꾸리게 하자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여야가 거국내각을 합의한다면 약식 인사청문회 등으로 조속한 시일 안에 새 내각을 출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총리 후보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김황식 전 총리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초유의 정치실험으로 여야 합의가 가능하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거국내각 논의는 자칫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며 “나라를 시험에 맡길 수 없는 만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실제 거국내각은 과거 정권에서도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현실화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수용 여부가 변수다. 청와대가 임기를 1년 4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스스로 식물정부로 전락할 수 있는 거국내각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몇몇 대선주자가 내놓는 거국내각 주장 자체가 정국 수습을 더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차라리 헌법에 보장된 ‘책임총리제’를 구현해 국정 운영의 상당 부분을 맡기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거국내각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개인 의견이지만 (거국내각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약간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는 ‘진상 규명이 먼저’라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

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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