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 뛰어넘어 통일-선진화 비전 제시… ‘한국판 브루킹스’ 꿈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창립 10주년 맞은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재완 이사장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겸 성균관대 교수가 “후손들에게 선진국 문턱에서 미끄러진 중진국과 분단된 한반도를 넘겨줄 수 없다”며 재단 운영 목적을 말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겸 성균관대 교수가 “후손들에게 선진국 문턱에서 미끄러진 중진국과 분단된 한반도를 넘겨줄 수 없다”며 재단 운영 목적을 말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통일에 대한 결기를 다지고 낙후된 분야의 선진화 토대를 쌓는 게 목표예요. 국가 전략 수립과 정책 제안을 통해 정파를 뛰어넘는 ‘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를 만들 겁니다.”

 최근 설립 10주년을 맞은 한반도선진화재단의 박재완 이사장(61)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장관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을 지낸 그는 현재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다.

 재단은 2006년 9월 비(非)정파적인 민간 싱크탱크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다. 지금도 서울 국회 의원회관 등에서 매주 목요일 정책세미나와 행사를 연다. 재단이 천착하는 분야는 정치 경제 산업 복지 노동 문화 등을 망라한다. 이 중에서도 통일을 위한 비전과 정책 제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2006년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하자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를 미국과의 협상카드로 쓰고 실제 핵개발은 안 할 거라고 했죠. 하지만 재단은 핵무기가 실전 배치되면 남북한 간 평화 통일의 선택지가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가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죠.”

 이런 맥락에서 재단은 이미 지난해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에 대응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정치권을 보면 강대국은 한국을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 통할 수 있는 나라’ ‘중국이나 미국이 밀어붙이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나라’ 등으로 오판할 수 있죠. 이럴 때일수록 결기를 갖고 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재단의 또 다른 관심사는 선진화다. 산업화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후손들에게 선진국 문턱에서 미끄러진 중진국을 물려줄 수 없다는 의지에서다.

 “국민소득 3만 달러에 근접했으나 앞으로 6만∼7만 달러를 이루려면 현 시스템으론 힘들어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 법치주의가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고, 세계 시민으로서의 열린 마음과 성숙된 모습도 부족하죠.”

 그는 선진화가 미진한 대표적 분야로 소모적인 정쟁(政爭)을 벌이는 정치권을 들었다.

 그는 “이번 국감은 ‘혹시나’ 다를까 했지만 ‘역시나’였다”며 “논의가 진행될수록 의견 수렴보다는 갈등으로 치달아 대의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권에 의원내각제(내각책임제)로 집권 가능성을 열어 둬야 정치인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을까요. 초·재선 의원은 차관·차관보를, 3, 4선 의원은 장관을 맡긴다면 정치인을 비교적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죠. 정쟁보다 정책에 초점을 둘 수 있겠죠.”

 그는 “개헌(改憲)은 언젠가 해야 할 숙제”라며 “정권 임기에 구애받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개헌 로드맵을 만들고 헌법 가치에 대한 토론을 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현 재단 명예이사장)가 설립했다. 박재완 이사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재무부 공무원(행시 23회)을 하다 청와대에서 당시 박세일 정책기획·사회복지수석비서관과 함께 근무했다. 그 인연으로 선진화재단에 참여했고 2014년 이사장직을 넘겨받았다.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윤건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등과 ‘박세일 사단’으로 꼽힌다.

 재단은 1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연다.

김유영기자 abc@donga.com
#통일#박재완#한국판 브루킹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