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민정수석실, 검증 하기는 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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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후보자 등 국회청문회서 각종 의혹 쏟아져

공직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1일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제기된 의혹들은 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청문회를 ‘우병우 청문회’로 규정했던 야당은 모든 칼끝을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집중하고 있다. 우 수석의 인사 검증에 구멍이 숭숭 났다는 공세다.

지난달 16일 개각 명단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무난한 인사청문회가 예상됐다. 대상이 4명(경찰청장 포함)으로 소폭인 데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여성가족부 장관 임명 당시 이미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거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의혹이 이어지자 야당은 “청와대가 검증을 하긴 한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우 수석은 ‘우병우 기준’으로 검증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사들을 검증에서 패스(통과)시킨다”며 “(우 수석 관련) 검찰 수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더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도 “5월부터 검증했다는 청와대는 이런 의혹이 나오는 게 괜찮다고 한 건지, 위법이 아니라고 한 건지, 이 정도는 돼야 박근혜 정부의 국무위원이 된다고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부동산 특혜 의혹 등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더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2001년 농림부와 업무상 연관이 있는 CJ건설이 건립한 88평짜리 빌라를 분양가보다 2억 원 이상 싸게 샀고 매입금의 98%는 농협에서 금리 1.4∼1.8%로 대출받았다. 당시 평균 시중 대출금리는 8%였다”며 “농심(農心)과는 너무 동떨어진 특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농림부가 식품 분야를 담당하게 된 것은 2009년 이후이다. (빌라 매입 당시에는) 업무 관련성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모친이 10여 년간 빈곤층으로 등록돼 의료비 혜택을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2006년까지는 동생이 부양자였고, 내가 해외근무를 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독립 가구로 됐다”(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제외됐다)며 “(차상위계층으로 등록된 것은) 동생도 몰랐고, 나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전날 열린 조 후보자 청문회에 이어 이날 청문회도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이후 새누리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면서 ‘반쪽 청문회’가 됐다. 오후부터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이라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해충돌 위반 소지와 생활비 과다 지출 의혹 등으로 도마에 오른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도 난항을 겪었다. 야당이 ‘부적격’ 의견을 모은 가운데 이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파행됐다. 석사 논문 표절 의혹 등을 받았던 조경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만 간신히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었을 뿐이다.

청문회 정국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위력이 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음주운전 신분은폐 논란을 빚은 이철성 경찰청장의 경과보고서는 상임위 과반을 점한 야당의 강력한 반대로 채택이 불발된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했다. 김 후보자는 물론 조 후보자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된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장관후보자#국회청문회#민정수석실#청와대#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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