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朴대통령과 차 한잔 할 시간 내 달라 요청했으나…불발”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8월 5일 14시 19분


코멘트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자’로 낙인찍었으나 외려 대권 후보로 위상이 올라간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 사퇴 전 오해를 풀기위해 대통령에게 차 한잔 할 시간을 내 달라고 비서실을 통해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5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안 하고 꼭 중간에 누가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쌓인 부분이 많다. 원내대표 사퇴할 결심을 하고 (이병기) 비서실장에게 조용한 시간에 차 한잔 하면 되니까 꼭 뵙고 두세 시간만 내달라고 요청했다. 오해도 풀고 싶었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이나 당·청 관계에 대해 느낀 점도 많았다. 하지만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쌓인 오해가 있으면 다 풀고 싶다. 제 진심도 말씀드리고 싶고…”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작년 7월 국회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인)’로 지목돼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 해 탈당한 그는 무소속으로 당선 된 후 복당했다. 박 대통령과 여전히 껄끄러운 관계인 그는 지난달 8일 청와대 오찬모임 후 ‘35초 대화’를 나눈 심경에 대해 “참…만감이 들었다”고 했다.

‘원조친박’ 유 의원은 2014년 10월 7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을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질타했다. 이를 두고 유 의원이 박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에 대해 그는 “2014년 대통령이 코리아소사이어티 등 외교 관련 단체 간담회 자료 초안에 ‘한국이 중국에 경도돼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는 요지의 발언이 들어갔다가 (문제가 되어) 배포된 자료를 회수한 일이 있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외교부에 물어봤더니 모른다고 하길래 ‘청와대 비서들이 그런 잘못을 한 거냐’고 질책하면서 경상도 말로 ‘얼라’라는 표현을 했다”고 상황 설명을 한 뒤 “경상도에서 나쁜 말은 아닌데, 제가 그걸 대통령을 겨냥해 발언한 걸로 일부에서 저를 비판했다. 표현 다섯 자만 끄집어내서 제가 대통령을 공격한 것처럼.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지난 총선 참패 원인으로 “공천 과정에서 보인 오만”을 지적했다. 낙천 당시의 심경을 묻자 "공천 못 받고,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견디기 힘들지 않았다.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 건 지난 3월 15일 저와 뜻을 같이한다는 이유로 새누리당에서 제일 젊고, 개혁적이고, 유능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공천 학살'을 당했을 때였고, 또 하나는 저에 대해 정체성 시비를 걸 때였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차기 대선과 관련해선 “대선에서 이기는 것보다 집권 후에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게 국민을 위해 정말 중요하다. 다음 대통령은 한마디로 엄청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진짜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 굉장히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결심이 서면 국민들께 떳떳하게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그는 차기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