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발표 이후 후보지 거론 지역 반발 “결사 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1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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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주한미군 배치 발표 후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충북 음성군 음성읍 설성공원에서는 이필용 음성군수와 윤창규 음성군의회의장, 군의원, 주민 등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드배치 반대 범군민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결의대회는 9일 경북 칠곡에 이어 대규모 반대 집회로는 두 번째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이 군수는 “음성은 바이오와 태양광 등 첨단 미래산업이 밀집된 곳이고 시 승격을 위해 전 군민이 똘똘 뭉쳐 노력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이렇게 살기 좋은 곳에 사드가 배치되면 누가 이 곳으로 오겠느냐”고 주장했다. 여용주 사드배치반대 음성군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사드가 배치되면 재산권 행사가 제약되고, 토지도 강제 수용되는 등 주민들이 큰 타격을 받는다. 또 강력한 사드 전자파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도 나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추와 포도 수박 복숭아 등 지역 명품 농산물이 헐값이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사드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책위는 “한미 정부는 평화를 위협하고 경제위기를 심화시키는 사드배치 확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군수 등은 항의의 뜻으로 삭발했다. 충북도의회도 이날 충북지역 내 사드배치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조만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국방부장관,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내기로 했다.

역시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거론되는 강원 원주시 주민들도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원주지역 4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사드원주배치반대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회의를 열고 13일 오전 11시 원주시청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궐기대회에는 원창묵 원주시장을 비롯해 지역 정치인과 시민 등 2000~30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현원섭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지정학적 여건상 원주는 사드 배치 적합지가 절대 아니다”며 “원주에 사드를 배치하려 한다면 35만 시민과 함께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경남 양산지역 시민 사회단체와 불교계 등도 발칵 뒤집혔다. 거론되는 곳은 천성산(해발 922m) 옛 나이키 미사일 기지가 있었던 지역이다. 정경효 양산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양산시의원들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 동남단 끝에 위치해 북한의 미사일 방어를 위해 부적절한 양산이 사드 배치 장소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우리 모두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천성산 일대는 31만 인구의 밀집지역일 뿐 아니라 부산과 울산 두 광역시를 연결하는 중심”이라며 “무엇보다 양산 대표 관광자원인데다 불교 성지인 통도사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 등은 “정부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없이 사드 양산배치를 결정한다면 양산시민은 물론 800만 부산 울산 경남 주민과 연대해 저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산 천성산은 20대 총선 당시에도 일부 후보의 ‘사드 배치 적지’ 주장과 관련해 한동안 논란을 빚었다. 현재 옛 나이키 미사일 기지가 있었던 천성산 제 1봉 주변에는 ‘지뢰매설’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1990년대 초반 대인지뢰를 밟는 사고가 있었다.

한편 6·15공동선언실천경남본부 등 3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드 배치가 북한을 더 자극해 비핵화를 요원하게 하고 한반도 긴장만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음성=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양산=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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