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오찬이 ‘서청원 친박대표’ 나오라는 자리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9일 00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청와대에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고 유승민, 김무성 의원을 포함한 모든 의원과 악수와 덕담을 나눴다.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한 뒤 처음 마련된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당과 정부가 혼연일치가 돼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계파 갈등을 그치고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 달라는 당부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어제는 유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혀 원내대표에서 사퇴한 지 꼭 1년 되는 날이었다. 이후 불통의 청와대 정치에 대한 비판은 커졌고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총선 패배로 여당과 대통령은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이제라도 당청관계 정상화를 위해 박 대통령이 ‘오찬 회동’에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유 의원에게 먼저 “오랜만에 만난다”고 말을 건네고 대구 K2(공군) 비행장 이전에 대해 “항상 같이 의논하면서 잘하자”고 ‘35초간의 긴 대화’를 나눈 것도 국민을 안심시키는 장면이었다. 이번처럼 박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과도 진정성 있는 소통을 위해 정성을 다한다면 1년 7개월 남은 임기의 국정 운영 동력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에게 “당내 최다선 의원으로서 후배 의원들 지도하시는 데 많이 애쓰신다”고 치하한 발언에 대해 당 대표에 나서라는 권유라는 해석이 당내 일각에서 나오는 것은 개운치 않다. 서 의원이 ‘친박계 단일 대표’로 8월 9일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계파 갈등은 재연될 수밖에 없다. 설령 서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 해도 새누리당은 혁신은커녕 ‘도로 친박당’이라는 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작년 8월 청와대 오찬에서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에 요청했던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은 아직 제자리다. 대통령 발언대로 경제·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4대 개혁을 완수하려면 대통령은 어제 같은 포용력으로 야당과도 소통해야 하고, 친박은 당권 장악 욕심을 버려야 한다.
#박근혜#청와대 오찬#새누리당#서청원#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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