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투자기업에 폭넓은 세금감면 혜택을 줬지만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적고 국내기업이 받는 역(逆)차별이 컸다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어제 공청회에서 발표했다. 대기업이 공익법인에 출연할 때 법인세를 깎아주는 제도는 조세 회피나 변칙적 부(富)의 세습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매년 이맘때 열리는 세법 공청회는 기획재정부가 세법 개정안에 담을 주요 내용을 미리 제시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올해는 외투기업과 공익법인에 대한 법인세 감면을 손질하는 세법 개정을 추진할 모양이다. 하지만 법인세 개편작업이 부분적인 땜질에만 그친다면 연간 세수 40조 원이 넘는 법인세의 근간이 정치 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
20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은 과세표준(세금부과 기준금액) 500억 원 초과인 대기업에 대해 현행 22%의 법인세율을 25%로 높이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어제 국회 연설에서 “중부담-중복지로 가야 한다”며 조세부담 조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조세재정연구원은 법인세율을 1%포인트 올리면 경제성장률이 최대 1.13%포인트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은 “경기 회복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자는 모순”이라며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표가 필요할 때마다 선심성 감면제도를 도입하는 바람에 혜택이 어디에 얼마나 돌아가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받는 세금지원 효과를 분석해야 하지만 현실은 ‘깜깜이’다. 2014년 기준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만 해도 기재부(17.2%), 국회예산정책처(14.2%), 안 대표(순이익 5000억 원 이상 16%, 5000억 원 이하 18%)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연구개발(R&D) 촉진, 고용 창출, 기부 유도정책 등 몇몇 감면 항목만 고친다면 자칫 중소기업 R&D가 타격받거나 대기업 고용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모든 정보를 틀어쥔 기재부에서 230개에 이르는 비과세·감면 항목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제 세 부담을 얼마나 줄여주는지 분석해 공개해야 한다. 이 토대 위에서 공정하면서도 경쟁력도 살리는 세제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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