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 혁신-비대위” 친박 20명 집단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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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앞장섰던 사람들로 채워져… 혁신위장-비대위원 원점 재검토를”
정진석 “계파 고려 안했다” 일축… 17일 전국위서 정면충돌 가능성

두 위원장의 귀엣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오른쪽)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상견례에서 김용태 혁신위원장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두 위원장의 귀엣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오른쪽)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상견례에서 김용태 혁신위원장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새누리당이 16일 또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전날 혁신위원장에 이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까지 비박(비박근혜)계 중심으로 짜여지자 당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가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공천 갈등을 빚으면서 4·13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비상체제를 가동하기도 전에 ‘계파 싸움’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친박계 초·재선 20명은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가 구성한 비대위원 및 혁신위원장 인선안과 관련해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태흠 의원 등 7명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비대위와 혁신위 인선은 계파를 초월하라는 시대정신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우물안 개구리식 인선으로는 우물안 개구리식 혁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혁신위는 유능한 분을 삼고초려해서라도 모셔와 혁신을 주도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며 “비대위원들도 유능한 인재들로 채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혁신위원장은 외부 인사로 임명하고, 비대위원들도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로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날 정 원내대표는 총선 공천 파동 속에 탈당 후 당선된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김세연 의원, 이혜훈 당선자 등 비박계 중심으로 비대위원을 임명했다. 혁신위원장에 비박계 강성인 김용태 의원을 선임한 데다 임시 당 지도부 체제인 비대위까지 비박계 인사들을 포함시켰다.

이장우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 인선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편향적 시각으로 일부 계파에 앞장섰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했다는 것”이라며 “누가 봐도 비대위원으로 적합하고 당내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분들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동 박덕흠 정양석 의원 등도 이날 정 원내대표를 찾아 비대위원 인선 등에 대한 우려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특정) 계파를 생각해 그렇게 (인선)하지는 않았다”라고 일축했다. 김용태 혁신위원장도 “따로 얘기하지 않겠다. 전국위에서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수적 우위에 있는 친박계가 17일로 예정된 전국위원회에서도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선 비대위원장 추인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비대위원들은 이날 상견례를 하고 향후 활동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비대위원 10명 중 8명이 참석했고,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김 의원도 함께했다.

홍일표 의원은 “총선에 참패했음에도 지난 한 달간 쇄신은 고사하고 반성도 못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훈 당선자도 “당이 사형선고를 받은 심정으로 개혁에 임해야 한다”며 “우리 계파의 잘못엔 눈을 감고, 다른 계파의 잘못에 대해선 현미경을 들이댄다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사즉생(死則生)만 남아 있다”며 “뼛속까지 새누리당을 완전히 바꿔 국민에게 답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번 주 중 외부 인사 중심으로 혁신위원 인선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비대위원들은 매주 두 차례 여는 회의 운영 방식을 민생 현장을 찾아가는 ‘경청 투어’로 진행하기로 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혁신위#비대위#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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