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3당 원내대표 박지원, ‘협치국회’ 만드는 조정자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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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그제 20대 국회 초대 원내대표로 박지원 의원을 합의 추대했다. 박 의원은 야권 정당에서 이번까지 세 번째 원내대표를 맡는다. 4선 의원에다 김대중(DJ) 정부 때 대통령비서실장, 문화관광부 장관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이다. 여러 사건에 연루돼 수사와 재판을 받았고 실형까지 산 적이 있어 ‘구태 정치인’이라는 부정적인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하지만 협상과 타협의 정치력이 뛰어나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트를 쥔 제3당 역할을 해 나가기엔 적임일 수 있다.

박 의원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협조 요청을 하면 국회의장(선출)뿐만 아니라 무엇이라도,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데 돌팔매를 맞더라도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실정을 솔직히 인정하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인 것은 불필요한 수사(修辭) 같다. 박 대통령은 26일 간담회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 의원에게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인정할 리도 없다. 국민과 나라를 살리는 일에 협조하는 데 굳이 전제조건을 붙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는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DJ의 지론인 ‘서생적(선비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신봉한다. 20대 총선은 여소야대(與小野大)이긴 하나 현명한 국민이 3당 어느 곳에도 과반 의석을 주지 않았다. 대립과 반목을 일삼는 양당 체제 대신 3당의 정립(鼎立) 체제로 협치(協治)를 하라는 지혜로운 주문이다. 4년 뒤 78세가 되는 그에겐 이번이 국가를 위한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볼 수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5월 초 새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능수능란한 박 의원을 상대하려면 두 당도 경륜과 능력에서 비견할 만한 역량 있는 원내 사령탑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

5월 29일 임기가 끝나는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불릴 만큼 법안 처리에 미흡했다. 국회의원들이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세비(歲費)만 챙겼다는 얘기다. 18대 국회가 허구한 날 여야가 치고받는 ‘동물국회’로 일관했다면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19대 국회는 야당의 법안 연계 및 발목 잡기와 여당의 리더십 부재로 되는 일이 없는 ‘식물국회’로 치달았다. 20대 국회는 동물도 식물도 아닌,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 일하는 ‘협치국회’가 돼야 한다.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활약하게 될 박 의원이 더민주당과 새누리당 사이에서 충실한 조정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결코 사심(私心)을 가져서는 안 되고 오로지 국리민복(國利民福)만 생각해야 한다. 제3당이 문제를 해결하는 국회의 견인차가 돼야 한다.
#박지원#협치국회#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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