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선전했지만… 호남 완패에 웃지 못하는 문재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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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승리 더민주/4·13 총선]

당초 당내에서 “100석은커녕 90석도 힘들 수 있다”는 비관론이 많았던 더불어민주당 내부 기류는 13일 개표가 진행되면서 급반전했다. 더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막고 수도권에서 승리하면서 ‘텃밭’ 호남을 국민의당에 내준 충격에서 다소 벗어날 수는 있게 됐다.

○ 위력 떨친 정권 심판론과 사표 방지 심리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더민주당은 야권 분열로 고전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승리했다. 당 관계자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내걸었던 ‘정권 심판론’과 유권자들의 ‘반(反)새누리당’ 바람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우리 당이 잘해서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남, 송파 등 서울에서 야권의 불모지였던 지역에서 더민주당 후보들이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일부가 당선권에 진입한 것은 이른바 ‘부자 동네’에서조차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선거 막바지 더민주당이 집중적으로 홍보한 “3당 구도에서 당선될 후보를 찍어 달라”는 호소도 먹힌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의 사표(死票) 방지 심리를 자극해 당초 국민의당 후보를 찍으려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서 비례대표 정당 투표는 국민의당에 하고, 지역구는 더민주당 후보에게 대거 표를 던졌다는 얘기다. 한 당직자는 “정당투표 결과를 보면 지역구 후보는 2번을 찍고, 비례대표는 3번을 찍은 유권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민주당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야권의 핵심 지역인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참패했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10시 30분 현재 호남에서 더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곳은 3곳에 불과했다.

○ 문재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호남에서 참패하면서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고비를 맞게 됐다. 1월 문 전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을 막지 못한다면 정계 은퇴를 택하겠다고 했다. 이어 호남을 찾은 8일에는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둔다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했다. 스스로 두 개의 ‘배수진’을 친 문 전 대표의 개인 성적표는 ‘1승 1패’가 됐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호남을 2번 방문한 문 전 대표는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며 호남 민심을 되돌리려 했지만 결과는 싸늘했다. 당 관계자는 “호남이 더민주당과 문 전 대표에게 냉정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며 “당의 전체적인 성적이 좋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호남에서의 패배가 너무 심각하다”고 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여전히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호남 지역에서도 여전히 야권 주자 중 1위다. 1월 난파 직전 상태인 더민주당의 ‘구원투수’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한 것도 문 전 대표의 공이다. 게다가 PK(부산경남)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전도 문 전 대표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호남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에, 수도권 선거 승리의 공이 있는 문 전 대표가 왜 은퇴해야 하느냐”는 주장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개표 결과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조용히 지켜봤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당분간 거취에 대한 언급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여론의 흐름과 당의 기류를 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민주#호남#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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