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천안함 46용사 6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 동아일보

묘비 어루만지며 눈물 삼킨 엄마… “그리운 아들, 꿈에 또 찾아올거지”

대전현충원-백령도서 영웅들 넋 기려



서해 수호의 날(3월 25일)을 하루 앞둔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은 고 임재엽 중사의 유족들이 묘비를 정성스레 닦고 있다(맨위 사진). 이날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인천시지부 회원들은 인천 옹진군 백령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을 찾아 헌화했다. 대전=박영대 sannae@donga.com / 백령도=황금천 기자
대전현충원-백령도서 영웅들 넋 기려 서해 수호의 날(3월 25일)을 하루 앞둔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은 고 임재엽 중사의 유족들이 묘비를 정성스레 닦고 있다(맨위 사진). 이날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인천시지부 회원들은 인천 옹진군 백령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을 찾아 헌화했다. 대전=박영대 sannae@donga.com / 백령도=황금천 기자
‘그날’은 언제나 아픔이지만 결코 잊을 수도 없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천안함과 46명의 꽃다운 청춘이 산화한 지 6년째를 맞는다. 46명과 실종자를 찾으려다 사망한 한주호 준위가 묻혀있는 국립대전현충원과 백령도엔 그들의 넋을 기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꽃샘추위가 찾아든 24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선 아침부터 진혼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25일 제1회 서해 수호의 날과 26일 천안함 폭침 6주년을 앞두고 묘역엔 전사자 유족과 동료들이 어김없이 찾았다. 각자의 방식으로 전사자를 되새기던 이들의 모습에선 6년 동안 조금씩 덜어낸 슬픔과 아직 삭이지 못한 설움이 함께 묻어났다.

고 임재엽 중사의 아버지 임기수 씨(64)와 어머니 강금옥 씨(60)는 이날 오전 묘역을 찾아 흰색 수건으로 묘비를 하나하나 닦았다. 강 씨는 3주년 무렵까지 매일 묘비를 닦았다. 이후에도 한 주에 두어 번은 묘역을 찾았다. 강 씨는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말고 무엇이 있겠느냐”고 했다. 강 씨는 아들은 이미 떠났지만 어머니로서 못해 준 것이 있어 순간순간 숨이 막힐 것 같다고 했다.

3년 동안 천안함에서 생활했다는 전사자들의 옛 동료 박모 씨(31)는 술을 들고 묘역에 나타났다. 그는 소주 2병을 전사자 모두의 묘비 앞에 나눠 뿌렸다. 매년 묘역을 찾는다는 그는 “작전을 마치고 입항해 저녁마다 소주잔을 기울이던 동료들에게 술 한 잔 주러 왔다”고 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자 10명 넘는 유족이 거의 동시에 묘역을 찾았다. 딸기 부침개 찰보리빵 도넛 소주 음료수 등을 들고 와 묘비 앞에 차려 놓고 다른 유족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전사자가 돼 묻힌 아들들이 지금도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함께 얘기를 나누던 이용상 하사의 어머니 박인선 씨(51)는 “다들 어느 정도 슬픔을 다독였는지 눈물은 덜 흘린다”면서도 “하지만 지금도 꿈에서는 자주 아들을 본다”고 했다.

서로 다르게 46명 전사자를 추억하면서도 묘역에서 만난 유족과 동료들은 “잊지 말아 달라”고 입을 모았다. 고 조진영 중사의 어머니 박정자 씨(54)는 “하나뿐인 자식을 떠나보냈지만 묘역을 마련해 기억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며 “대한민국을 위해 복무하다 전사한 사람들을 모두가 오래오래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도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위령탑은 폭침 당시 초병이 물기둥을 처음 관측한 지점이자 침몰 해역과 가장 가까운 연화리 야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다. 위령탑 하단에는 46용사의 얼굴이 각각 새겨진 동판이 있다.

하루 종일 쌀쌀한 바닷바람이 불었던 이날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인천시지부 회원 100명이 위령탑을 찾았다. 이들은 매년 천안함이 폭침된 26일을 전후로 위령탑을 찾아 46용사의 넋을 기려왔다. 최상돈 씨(81)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북한의 어뢰 공격에 숨진 46용사를 국민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령탑을 찾는 행렬은 연중 끊이지 않는다. 콩돌해안과 두무진, 사곶해변 등 천혜의 관광자원이 널려 있는 백령도에는 연간 7만여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는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위령탑을 찾는다. 백령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군과 해병대 장병을 면회 온 가족 친지들의 필수 방문 코스이기도 하다.

이날 백령도 곳곳에는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검은색 플래카드가 걸리는 등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백령초교 북포초교와 백령중고교에 다니는 학생 400여 명은 25일 위령탑을 찾아 추모 행사를 열 예정이다. 백령면사무소와 주민자치위원회, 부녀회 등도 별도의 추모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철 백령면장(48)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뒤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46용사를 잊지 않고 위령탑을 찾아 넋을 달래는 행렬이 여전히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도형 dodo@donga.com / 백령도=황금천 기자
#천안함#천안함 46용사 6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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