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탄도미사일 기습발사 가능… 南, 선제타격할 틈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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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수위 높이는 北]北 “고체연료 로켓 실험 성공” 주장

북한이 군사적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도한 대(고)출력 고체연료 로켓 분출 및 계단분리(단 분리) 실험이 성공했다고 24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앞으로 원쑤(원수)들에게 무서운 공포와 전율을 안기는 국방과학기술 성과들을 연이어 이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군은 북한의 이번 움직임을 탄도미사일의 기습타격 능력을 극대화하는 작업으로 보고 엄중한 상황 인식 아래 대비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핵을 탑재할 수 있는 모든 탄도미사일을 고체연료화해 대남 핵 기습타격 능력을 고도화하려는 저의”라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이 2020년대 초까지 구축하는 ‘킬체인’을 무력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고체연료로 바꾸면 유사시 북 전역의 이동식미사일발사차량(TEL)을 30분 안에 탐지 파괴하는 킬체인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북한이 실험한 고출력 고체 로켓 발동기(엔진)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4일 한미 정찰 자산이 탐지하기 전에 미사일을 기습 발사할 수 있는 고체연료 로켓 엔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이 실험한 고출력 고체 로켓 발동기(엔진)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4일 한미 정찰 자산이 탐지하기 전에 미사일을 기습 발사할 수 있는 고체연료 로켓 엔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현재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 가운데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기종은 KN-02(최대 사거리 150∼180km)와 신형방사포(KN-09)뿐이다. 스커드와 노동, 무수단,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단·중·장거리 미사일 대부분은 액체연료용 엔진이 장착돼 있다.

액체연료를 미사일 추진체에 주입하는 데 최소 30분에서 수시간이 걸린다, 산화제도 추가로 넣어야 해 발사 징후가 상대국의 정찰위성 등에 포착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산화제가 혼합된 고체연료는 추진체에 미리 넣어두는 방식이어서 별도 연료 주입 절차가 생략된다. 언제든지 즉각 발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액체연료의 산화제는 맹독성 물질로 일단 미사일 추진체에 주입하면 장기간 보관이 힘들지만 고체연료는 탄두와 일체형이어서 10년 이상 보관하거나 운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고체연료용 로켓 엔진은 KN-02 미사일의 엔진을 확장 설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 속 김정은이 가리키는 모니터에는 로켓 엔진의 연소 시간이 57.4초라고 표시돼 있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우주발사체에 사용되는 큰 규모의 고체연료용 로켓 엔진의 연소 시간이 2분 정도임을 고려하면 1분에 가까운 연소 시간도 꽤 긴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사일의 탑재량을 좌우하는 엔진 추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는 힘들다고 장 교수는 분석했다. 추력은 산화제의 양과 탑재량, 형태에 따라 좌우되는데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 속 엔진은 끝 부분만 나와 구체적인 로켓(미사일)의 크기와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북한이 로켓 엔진의 전체 모습을 공개할 경우 한미 정보 당국에 고체연료화 기술 수준이 노출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몇 년 안으로 스커드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 엔진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 기습타격 능력이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이에 대응할 우리 군의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남북#탄도미사일#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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