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독재정권이 하던 짓을”… 친박 “기둥 빼낼 수밖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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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25]국민 우롱하는 與 ‘공천 막장극’
막말 난무한 지도부… 공멸 위기

“(대표도) 사퇴할 각오를 해야 한다.”(한 친박계 지도부 인사)

“사퇴할 준비가 돼 있다.”(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지도부가 ‘벼랑 끝 대치’에 들어갔다. 김 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는 18일 오전과 심야에 잇달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멸까지 불사하겠다며 서로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 “공관위를 먼저 해체하라”

이날 한 친박계 지도부 인사는 “공천관리위원회는 우리가 낳은 자식이다. 그 결과에 부모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김 대표를 압박했다. 김 대표가 비박계 의원을 대거 쳐낸 공관위의 공천심사 결과를 수용해 공관위를 정상화시킬 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이어 이 인사는 “현 상황에서 공관위와 충돌하면 (대표도) 사퇴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단호했다. 그는 “사퇴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공관위의 결정이) 옳지 않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 최고위를 해체하려면 공관위를 먼저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이 대표직을 던지더라도 그 전에 이한구 공관위원장부터 사퇴해야 한다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이인제 최고위원이 “정치라는 게 시대 상황이 있는데 일일이 다 따질 수 있느냐”는 취지로 반박하자 김 대표는 “그런 것은 독재정권 때나 하는 거다. 그래서 상향식 공천을 하자는 것 아니냐”며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자신의 측근 인사에게 “양심상 공관위 결정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문제는 김 대표에게 ‘반격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마지막 ‘히든카드’는 공천장에 꼭 필요한 당 대표 직인을 찍지 않는 것. 이른바 ‘옥새 보이콧’이다. 김 대표 주변에선 컷오프(공천 배제) 된 이재오 주호영 의원과 컷오프 위기에 놓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3인방’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구 후보자의 공천을 거부하며 결사 저항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 “결국 기둥을 빼낼 수밖에…”

그러나 김 대표가 버틴다고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친박계 지도부는 이날 마지막 중재안으로 공관위 공천심사 결과에 대한 표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표결을 하면 김 대표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최고위원 9명 가운데 확실한 비박계는 김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뿐이다. 김 대표가 표결을 거부한 채 유일한 권한인 사회권을 활용해 최고위 회의를 결론 없이 중단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야 최고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 전 원내대표 문제를 두고 비박계인 황진하 사무총장은 “공관위에서 더 논의하기 힘드니 최고위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한 반면 원유철 원내대표는 “절차대로 공관위에서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공관위에서 표결해 오라”고 말하는 등 결론이 나지 않자 김 대표는 또 의결 없이 회의를 마쳤다. 이 때문에 진박(진짜 친박) 후보 5명의 단수 추천은 여전히 보류된 상태다.

이에 친박계 지도부는 ‘최고위 해체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가 일제히 사퇴하면 최고위가 사실상 자동 해체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설령 물러나지 않더라도 ‘식물대표’로 만들고, 총선은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이날 서청원 최고위원은 “공관위원을 다시 뽑자”는 김 대표에게 “최고위를 해체하자”고 맞불을 놓았다고 한다.

김 대표가 ‘옥새 보이콧’을 감행하면 지도부 붕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계 지도부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은 집단지도체제다. 당 대표 직인은 개인이 아니라 지도부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표결도 거부하고, 공천장에 도장도 찍지 않겠다면 기둥(김 대표)을 빼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멸 위기 속에 모두 패자가 될 수 있지만 누구도 양보할 뜻이 없다는 얘기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
#김무성#친박#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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