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혁신]민간과 손잡고 부채 감축-서민주거안정 동시 해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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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규모 172조 원(2014년 말 기준)의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15조 원 이상의 금융 부채를 줄였다.

2013년까지만 해도 105조 원이 넘는 부채 탓에 ‘부채 공룡’ ‘부실 공기업’의 대명사였지만 2015년 말 현재 부채 규모는 약 90조 원으로 감소했다. LH는 부채 감축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2, 3년 전까지만 해도 LH의 부채 감축 계획에 대해 “단기간에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공공임대주택 건설로 매년 5조 원이 넘는 부채가 쌓이는 등 사업 구조 때문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4년 택지개발촉진법이 폐지돼 2017년까지 대규모 택지개발이 중단됐다.

임대주택단지 건설이 예정된 보금자리 지구의 지구 지정까지 해제되면서 LH 경영 전망은 더욱 악화됐다.

위기의식을 느낀 LH는 2014년 3월 ‘비상판매체제’에 돌입했다. 신규 조성된 택지지구의 땅과 주택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주된 목표였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본사 사옥 1층에는 회사의 금융부채를 일 단위로 표시하는 ‘부채 시계’를 달았다.

국내 공기업 중 처음으로 사업본부별 판매 성과 경쟁체제인 ‘판매목표 관리제’를 시행하고, 지역·사업본부별 판매실적 동향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판매신호등’을 운영한 것도 이때였다.

경쟁 부재가 공기업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파격적인 처방이었다. 민간자본을 적극 유치하는 ‘사업방식 다각화’는 부채 증가를 억제하면서도 총 투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무조건 지갑을 닫는 방식으로는 민간 건설부문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는 사업 다각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LH는 기존에 갖고 있던 공동주택용지를 민간 리츠가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이나 민간분양주택,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등을 지을 수 있게끔 했다.

지난해에만 공공임대리츠와 주택개발리츠로 각각 1조3000억 원, 2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LH 관계자는 “리츠 도입으로 부채 감축과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택지 개발 단계에서부터 민간을 참여시켜 이후 개발 이익을 공유하는 ‘민간공동 택지개발’, 민간 주택건설 사업자와 공동으로 주택을 분양하는 ‘민간공동 주택건설’ 등을 통해 총 2000억 원을 확보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LH는 지난해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AA―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국내 준시장형 공기업 16곳 중 세계 3대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AA 수준의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은 LH가 유일하다. LH는 올해도 사업 규모 3조8000억 원 중 약 80%인 3조 원을 리츠를 통해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에 수립된 사업 계획들은 지역별 주택수급 여건에 따라 규모와 시기 등을 조절하고 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공공기관 혁신#한국토지주택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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