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안팎 “친박, 비박 쳐내기 공모했나”… 尹 “대화 녹음은 음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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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윤상현 막말 파문]

문전박대 당한 윤상현… 만남 피한 김무성 전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막말 녹음 파일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친박(친박근혜) 핵심 윤상현 의원(왼쪽 사진)이 9일 당 대표실을 찾았으나 면담을 거부당했다. 윤 의원은 김 대표에게 사과하려고 20분을 기다렸지만 김 대표는 윤 의원을 피한 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원대연 yeon72@donga.com·전영한 기자
문전박대 당한 윤상현… 만남 피한 김무성 전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막말 녹음 파일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친박(친박근혜) 핵심 윤상현 의원(왼쪽 사진)이 9일 당 대표실을 찾았으나 면담을 거부당했다. 윤 의원은 김 대표에게 사과하려고 20분을 기다렸지만 김 대표는 윤 의원을 피한 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원대연 yeon72@donga.com·전영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북핵 문제 등 국정 현안을 설명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국회 연설을 마친 박 대통령은 본회의장 통로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때 ‘막말 파문’의 당사자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박 대통령을 불렀다.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 박 대통령은 윤 의원을 향해 돌아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 장면은 박 대통령과 윤 의원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대통령정무특보를 지낸 윤 의원은 ‘박근혜의 남자’로 통한다. ‘막말 파문’의 후폭풍이 거센 것도 이런 그의 위상 때문이다. 윤 의원은 “(김무성 대표를) 당에서 솎아내야 한다”는 발언을 두고 ‘취중 실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친박(친박근혜)계가 비박(비박근혜)계를 쳐내는 ‘총선 그랜드 플랜’을 가동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 윤 의원의 통화 상대는 누구

결국 이번 파문의 핵심은 윤 의원이 누구와 통화했느냐다. 당 윤리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취중이라도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얘기라면 별 게 아니지만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면 용서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채널A는 이날 추가로 윤 의원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윤 의원은 “내일 (김 대표를) 쳐야 돼”라면서 “내가 ○○ 형한테다가, △△ 형 해가지고 정두언(의원)이하고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이 언급한 ○○ 형은 친박계의 또 다른 핵심 의원이다. ‘김무성 흔들기’를 조직적으로 공모했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통화 대상이 공천관리위원이나 청와대 관계자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 관계자는 “윤 의원이 통화 내용을 확인하면 금방 해결될 문제가 아니냐”고 했다.

윤 의원은 전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료 의원과 통화한 것 같다”며 친박계 A 의원을 지목했다. 그러나 A 의원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윤 의원은 통화 상대에게 “형님”이라고 호칭했지만 A 의원은 윤 의원과 동갑이다. 다만 A 의원은 “당일(지난달 27일) 윤 의원과 통화한 것은 맞다”고 했다. 이 때문에 윤 의원이 통화 상대를 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통화 내용에 등장하는 정두언 의원은 “당일 윤 의원에게 전화가 왔지만 받지 못했고, 다음 날 전화했더니 이번에는 윤 의원이 받지 않았다”며 “그게 전부”라고 했다.

당 주변에선 윤 의원의 공천 개입 의혹도 흘러나오고 있다. PK(부산경남) 지역의 한 의원은 “경쟁 후보가 윤 의원에게 공천을 내락받았다고 말하고 다니더니 최근 여의도연구원 사전 여론조사에서 내가 배제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공천 개입 논란에 대해 “절대 아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항변했다.

○ 친박계 최대 위기 맞나

이번 파문으로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구상이 헝클어졌다는 관측도 있다. 비박계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시킬 경우 당장 친박계의 ‘공천 학살’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비박계 이재오 의원은 “정권 실세가 누구를 죽이고 솎아내라고 하는데 공관위의 공정성을 믿겠느냐”며 “의원마다 다 피해의식이 있는데 거기에 불을 질러 버렸다”고 지적했다.

친박계는 파문 수습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김 대표 측에 “취중에 한 얘기니 더 이상 확전하지 말자”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상당 기간 무대응으로 일관할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주류인 친박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는 것도 친박계의 고민이다. 자칫 4·13총선은 물론이고 당권 및 대권 경쟁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윤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파문이 진정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도 이번 파문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재명 egija@donga.com·송찬욱 기자
#윤상현#친박#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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