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들 “하루아침에 다 잃었다”…총 피해액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2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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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기업으로 볼 때 대단히 매력적인 곳이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월 160달러로 중국·베트남의 절반 수준인데 생산성은 훨씬 높다. 개성공단 부지 초기 분양가도 1㎡당 4만5000원으로 파격적이다. 여기에 정부가 주는 세금 혜택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 모든 매력들은 ‘북한 리스크’가 없을 때 얘기다. 12일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긴급총회에 모인 124개 입주기업 대표들은 “모든 걸 하루아침에 잃어버렸다”며 사실상 공단이 폐쇄된 것에 허탈해했다. 의류 생산업체 A 이사는 “7개월 전 공장 설비를 바꾸느라 70억 원을 투자했다”며 “당장 직원들을 퇴사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2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고 세금을 유예해주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지원책을 확정했다.

우선 급전이 필요한 기업에 대해 15일부터 기업은행을 통해 최고 5억 원에 금리 1%포인트를 우대해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입주기업이 정책금융 기관을 통해 받은 대출이나 보증에 대해서는 상환 유예·만기 연장을 해주기로 하고, 금감원을 통해 민간은행에도 대출금리 인하, 대출상환 유예 등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각종 세금 및 전기요금 등 공과금 납부도 늦춰준다. 법인세, 부가세 등 신고 및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까지, 지방세는 최대 1년까지 유예해준다. 체납세금에 대해서도 최대 1년간 체납처분을 미뤄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개인 재산을 침해했다면 정부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지원’이 아닌 피해액 전체를 ‘보상’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재와 완·반제품을 가져올 수 있도록 기업대표단 방북을 허용해 달라며 남북한 정부에 요청했다.

개성공단 운영 중단과 북한의 자산 동결에 따른 피해액이 2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지난 10년 간 눈부시게 성장해 왔다. 지난해(1~11월) 생산액은 6172억 원에 달해 10년 만에 생산액이 35배 불었다. 누적 생산액은 3조8000억 원에 달한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초기 입주한 기업은 이미 투자금을 초과한 이익을 얻었겠지만, 후발주자 격인 기업들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간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북한의 손해가 더 크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개성공단 근로자 5만550명에게 급여와 보너스 등을 합쳐 1320억 원(1억1022만 달러)이 지급됐다. 이는 금강산 관광으로 북한이 얻었던 연간 수익이 600억 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 내부의 혼란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사실상 개성 인구 전체가 실직 상태에 빠져 있다”며 “그 파장은 평양까지 퍼져 결국 북한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북한 정부가 이들을 대규모 건설현장으로 투입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세종=신민기기자 minki@donga.com·정민지기자 jm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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