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 천벌 받는다” 친정 여당 향해 폭언 던진 鄭의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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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충돌 치닫는 여당-국회의장

“그 친구 천벌 받는다.”

22일 기자들을 만난 정의화 국회의장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 의장이 말한 ‘그 친구’는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다. 조 원내수석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안철수 의원이 창당 중인) 국민의당에서 (영입) 요청이 오면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정 의장의 인터뷰) 보도가 오보이길 바란다”고 했다. 광주 출마설에 이어 국민의당 참여 논란에 휩싸인 정 의장의 ‘정치 행보’를 공격 소재로 삼은 것이다.

그러자 정 의장은 곧바로 조 원내수석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장은 “내가 늘 강조한 게 보은(報恩)이다”라며 “(의장 선출 시) 당의 은혜를 입었는데 배은망덕한 짓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의장실에선 별도 자료를 내 ‘확인되지 않은 사안으로 의장의 입지를 흔드는 의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여당 출신 의장이 여당 의원에게 ‘공개 경고장’을 날리는 초유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정 의장과 ‘한 식구’인 새누리당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정 의장은 지난해 말부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강하게 요구한 경제 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법안 직권상정을 거부했다. 정 의장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못 한다”고 맞섰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아예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 의장의 벽에 가로막혔다. 정 의장은 전날 “(선진화법 개정안의 새누리당 단독 처리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22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는 ‘정의화 성토장’이었다. 조 원내수석은 정 의장이 제안한 선진화법 개정 중재안을 두고 “야당이 받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도 “중간자적 입장에서 조정만 하는 게 (정 의장이 강조한) 의회주의자의 면모가 아니다. 국회법을 충실히 따르는 게 진정한 의회주의자”라고 정 의장의 선진화법 개정안 상정 거부를 비판했다.

○ ‘갈등은 숙명?’

국회의장과 여야의 충돌은 역대 국회에서도 빈번했다. 여당은 ‘내 편’의 소극적 행보에, 야당은 ‘네 편’의 밀어붙이기에 반발해왔다.

2013년 3월 당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강창희 의장에게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도 야당의 반대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국가비상사태 아니냐”며 강 의장의 결단을 요구했으나 결국 거부당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끝에 정부 출범 26일 만에 통과됐다.

강 의장은 2012년 7월 대법관 후보자 4명의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해 달라는 새누리당의 요구도 거부했다. 이 원내대표와 김기현 원내수석(현 울산시장)이 하루에도 6, 7번씩 강 의장을 찾아갔으나 강 의장은 “여야가 더 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의사봉을 잡지 않았다.

의장이 야당과 마찰을 빚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강 의장이 2013년 11월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상정해 새누리당이 단독 처리하자 야당은 강 의장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을 냈다. 야당이 의장의 사퇴촉구 결의안을 낸 건 헌정사에서 22번이나 된다.

‘의장 수난사’가 무한 반복되는 것은 여야의 협상력 부재 탓이 크다. 하지만 의장직을 정치 은퇴무대로 삼는 의장이 가급적 ‘악역’을 맡지 않으려는 행태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 의장은 20대 총선 출마나 대권 의지 등에 확실히 선을 긋지 않으면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이재명 egija@donga.com·고성호 기자
#정의화#조원진#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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