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강남벨트(서초·강남·송파)’ 공천 경합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강남벨트는 역대 총선마다 선거 직전까지 새누리당 공천이 사실상 막후에서 결정됐다. ‘공천=당선’이라는 인식 때문에 공천권을 쥔 세력이 제 입맛에 맞는 인물을 내리꽂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실제 2012년 19대 총선 때는 강남갑, 강남을 두 군데 모두 선거를 한 달 앞두고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가 일주일도 안 돼 공천을 취소했다. 그해 3월 9일 새누리당은 강남갑에 이공계 우대 차원에서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이사 사장을, 강남을에는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각각 전략 공천했다가 두 명 모두 ‘역사관 논란’에 휩싸여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5일 만에 공천을 취소한 것. 이후 3월 18일 강남갑에 심윤조 전 주오스트리아 대사를, 강남을에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전격 공천했다.
서초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초갑 현역 의원이던 이혜훈 의원을 탈락시키고 김회선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을, ‘전당대회 돈봉투’ 폭로 사건의 당사자였던 서초을 현역 고승덕 의원 대신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각각 공천했다. 강 교수는 당초 비례대표로 검토되다 역시 선거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막판에 공천을 받아 지역구 의원 배지를 달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역대 총선에서 강남벨트 의원들은 ‘지역구 비례대표’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총선에선 ‘상향식 공천’이 확정되면서 양상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 과거에는 당의 실권을 장악한 세력에 의해 언제든 목이 날아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경선이 관건이 된 셈이다. 전직 의원들이나 구청장 출신은 물론이고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 지명도가 높은 정치 신인까지 “공정한 경선이라면 해볼 만하다”며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강남벨트의 현역 의원 상당수가 ‘낙하산’이었던 만큼 지역 기반이 그리 탄탄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강남벨트는 100% 여론조사 경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상향식 공천 때문에 강남벨트 의원들도 최근엔 지역구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며 “그동안은 워낙 낙하산 공천이 많다 보니 지역 주민들도 공천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젠 누가 진짜 지역구에 뼈를 묻을 사람인지 따져보기 시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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