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정말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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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남총책 김양건 사망]
차량통행 적은 오전6시 사망 의문… 김용순-이제강 교통사고 사망때도
“권력 암투에 희생” 소문 돌아

단순 교통사고일까, 권력 다툼의 결과일까.

북한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사망 소식이 급작스럽게 전해지자 그의 사망 배경을 두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양건이 29일 오전 6시 15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보도하면서 사고 경위를 밝히지 않았다. 그 이후 대북 라디오 매체인 자유북한방송은 “김양건이 29일 오전 신의주에 있는 측정기구 공장 시찰을 마치고 평양으로 복귀하던 중 신의주∼평양 간 도로에서 추돌사고로 사망했다”고 30일 보도했다. 김정은 최고사령관 추대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으로 가던 길이었고 군 번호를 단 화물차량과 추돌했다는 정황도 전했다. 정보 당국은 “이런 첩보를 파악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다만 자유북한방송은 “평양에서는 이 사고에 대해 의도적인 암살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장의위원장을 김정은이 맡고 국장(國葬)으로 치르는 추모 분위기를 볼 때 교통사고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북한 파워엘리트의 교통사고는 여러 차례 있었다.

김양건 비서 전임인 김용순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도 2003년 6월 16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6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다가 그해 10월 26일 당시 69세로 사망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황해북도 봉산군 은정리 염소종축장 시찰을 수행하고 돌아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뇌수술을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했다.

2010년 6월 2일에는 이제강 제1부부장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이 부부장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권력 암투설이 강하게 제기됐다. 김정은 후계 작업을 맡았던 그가 교통사고를 가장한 암살에 희생됐다는 관측이 나온 것. 하지만 늦은 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미뤄 볼 때 김정일의 비밀 파티에 참석했다가 음주운전 사고를 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도 2003년 9월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뒤 프랑스 파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북한 파워엘리트의 교통사고가 잦은 것은 심야 음주파티 문화도 한몫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 인원과 차량만 드나드는 비밀 파티장에 직접 운전해서 갔다가 음주운전을 한다는 것. 차량이 많지 않은 북한이지만 교통신호 체계가 미흡하고 가로등이 부족한 도로 사정 때문에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교통사고#김양건#대남총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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