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열린 홈페이지’가 정부예산 실시간 공개 이끌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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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지방자치 20년]<下>소통과 통합을 향해

《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지방자치가 20년을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정부는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고 지방정부의 운신의 폭은 좁다. 그래도 소통과 화합을 통해 한계를 넘고 ‘진짜 자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단체장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주민과 공유하고, 여야가 함께 행정을 펼치며 중앙정부보다 한발 앞서 정보를 공개하는 등 새로운 자치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  
올해 5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정부3.0 체험마당’ 충남도청 전시관에 설치된 지방재정 공개 시스템 홍보코너. 충남도는 
2013년부터 상세한 지방재정 현황을 공개하고 있으며 같은 해 ‘지방자치단체 우수정보 시스템’에 선정됐다. 충남도 제공
올해 5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정부3.0 체험마당’ 충남도청 전시관에 설치된 지방재정 공개 시스템 홍보코너. 충남도는 2013년부터 상세한 지방재정 현황을 공개하고 있으며 같은 해 ‘지방자치단체 우수정보 시스템’에 선정됐다. 충남도 제공
▼ ‘동네공약’ 내걸고 직접민주주의 ▼

임명직 읍장을 주민투표로 뽑은 강진군


단체장의 권한인 인사권을 주민과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민자치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전남 강진군은 지난해 12월 정기인사에서 주민대표인 이장들의 손으로 강진읍장을 뽑았다. 30년 이상 된 사무관(5급) 3명이 동시에 읍장을 희망하자 고심 끝에 주민투표에 맡긴 것. 읍사무소에 이장 38명이 모인 가운데 군수가 추천한 후보자 3명이 노인 복지와 가게 간판 정비, 쓰레기 문제 해결 등 각자 공약을 발표했다. 이장들은 투표를 통해 임병호 씨(56)를 선출했고 임 씨는 올 1월 3일 자로 강진읍장에 임명됐다.

임 읍장은 1일 “주민들이 ‘민선 1기 읍장’이라며 덕담을 건네곤 한다”며 “주민들의 선택을 받다 보니 행정에 책임감이 생기고 현안이 있을 때 주민과 소통이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진원 군수는 “새로운 인사실험으로 자칫 선거전으로 변질될 수 있는 단점이 있지만 주민 참여 기회를 늘리고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광주 광산구 수완동에서는 지난해 8월 전국 처음으로 주민들이 동장 후보를 선출했다. 통장, 주민자치위원, 각계 대표 등 191명이 ‘수완동장 추천 주민회의’를 열고 투표를 통해 동장 후보 4명 가운데 2명을 뽑았다. 당시 후보들은 7만 그루 나무 심기, 권역별 공동주택 연합 문화행사 개최, 아파트 공동체 지원 등 ‘복지형 공약’을 내걸고 지지를 호소했다. 광산구는 2명 가운데 1명을 인사위원회를 거쳐 최종 임명했다. 인구 7만8000명의 수완동 주민들은 지난해 7월 분동 문제를 직접 결정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회의를 통해 분동을 반대하자 광산구는 이를 수용했다.  
▼ ‘주민 알권리’ 정부도 벤치마킹 ▼

홈페이지에 세입세출 100% 공개하는 충남도


1일부터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는 홈페이지를 통해 예산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내년부터는 각 지방자치단체에까지 확대 적용된다. 이는 충남도의 재정공개 시스템이 모델이다.

충남도는 2013년 6월부터 홈페이지에 예산 명세를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업무누수 0%, 행정정보 공개 100%’를 의미하는 ‘제로(zero) 100 프로젝트’다. 주민들이 충남도의 살림살이를 손쉽게 파악하고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총 수입액과 지출액, 예치 종류별 자금 잔액, 세입징수 현황, 세출예산 현황 등이 하루 또는 기간별로 제시된다. 지난해 8월부터는 세출예산 지출명세에 채권자인 개인과 법인 사업자 명의까지 공개했다.

농민이나 기업인들은 정책 지원이나 사업 추진을 위해 충남도의 예산 정보를 살펴본다. 또 시민단체는 예산 감시 차원에서 이를 활용한다. 충남도 곽동석 경리팀장은 “계약을 수주한 개인 및 법인 명의는 공개를 꺼리지만 공익성 차원에서 협조를 얻어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는 이를 2013년 하반기 지자체 우수 정보시스템으로 선정했다. 충남도는 지난해 2월 정부3.0 추진 실적 평가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정부 지출 실시간 공개-효과 및 확대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 시스템을 소개했고, 결국 국가재정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안 지사는 “세금의 주인인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재정정보 공개에서 가장 앞서는 지방정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예산 상시편성 등 ‘생활정치’ ▼

‘여야 연정’ 정상궤도 올린 경기도


남경필 경기지사가 시도한 야당과의 연정은 전례가 없던 만큼 초기엔 의심 어린 시선이 많았다. ‘쇼’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1년이 지나면서 경기도의 연정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듣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새정치민주연합)는 복지 여성 환경 대외협력 등 3국 17과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편성권, 경기복지재단 경기의료원 등 산하 6개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추천권을 갖고 있다.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권한을 쥐고 있는 셈이다. 6개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도입됐다. 청문회에서 후보자 2명이 야당의 반대로 낙마하기도 했다. 연정은 31개 지자체로 확대돼 올 4월 시군 단체장이 참석하는 1박 2일 상생토론회가 열려 시군 간 해묵은 갈등 4건을 해결하는 성과를 냈다. 연정은 지난 10년간 불화와 반목을 보였던 경기도교육청과의 협력도 성사시켰다. 남 지사와 이재정 도교육감은 지난달 30일 교육협력을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연정이 가져온 변화는 컸다. 연정실행위원회(8차례 회의)가 구성돼 공공기관 경영합리화를 논의하고 있고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예산연정도 진행 중이다. 연말 1회에 그치던 예산 편성을 경기도의회와 연중 상시 편성하는 것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번 메르스 대책에서도 연정은 힘을 발휘했다. 남 지사와 이 부지사가 처음부터 호흡을 맞췄고, 이 교육감이 종합대책본부의 본부장을 함께 맡으면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쟁만 일삼는 중앙정치 구조로부터 지방정치를 분리시켜 생활정치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광주=정승호 shjung@donga.com / 홍성=지명훈 / 수원=남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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