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靑비서실장-방통위장, 코바코사장 찾아와 사퇴 권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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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파문]공기업 인사 난맥
코바코 前 고위관계자 밝혀
李 前사장 “알아서 하겠다” 버티다… 세차례 특별감사 받고 7월 사퇴
“이재만이 ○○○ 민다” 차기 내정설에… 곽성문, 면접서류 찾아갔다 재공모

임기를 10개월 앞두고 올 7월 갑작스럽게 사퇴했던 이원창 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직접적인 사퇴 압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코바코는 그동안 이 전 사장 퇴임과 이후 사장 공모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설이 끊임없이 불거졌지만 청와대는 ‘인사 개입설’을 부인해 왔다.

코바코의 전직 고위 관계자 A 씨는 10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지난해 상반기에 이경재 당시 방송통신위원장과 허태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연달아 이 전 사장을 찾아와 ‘정권이 바뀌었으니 자리를 좀 내놓으셔야겠다’며 사퇴를 권유했다”고 밝혔다. 2011년 7월 코바코(당시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에 취임한 이 전 사장은 2012년 5월 코바코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로 이름을 바꾸면서 사장에 재선임됐다. 올해 7월 사임 당시 이 전 사장은 2015년 5월까지 임기를 남겨 놓은 상태였다. 이 관계자는 “이 전 사장이 ‘누가 시킨 일이냐’며 언짢아했고 이어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버텼다”며 “이 전 위원장의 압박이 먹혀들지 않자 허 전 실장이 다시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후 코바코는 올해 6월까지 세 차례 방송통신위원회와 감사원으로부터 특별 감사를 받았다.

이 관계자는 “임기가 10개월이 남았지만 자진해서 나갈 수밖에 없어 (이 전 사장이) 억울해했다”고 밝혔다. 7월 당시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히며 공식적으로 “청와대 인사 개입은 없었다”고 한 이 전 사장의 발언과 정면 배치된다.

코바코의 다른 고위 관계자 B 씨는 “이 전 사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선후배 사이인 ‘친MB파’의 인물이다 보니 사퇴 압력을 받은 것 같다”며 “당시 코바코에 대한 특별 감사도 사실상 이 전 사장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B 씨는 “(이 전 사장이) 자진해서 물러난 것은 맞지만 사퇴 압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이 물러난 뒤 진행된 코바코의 신임 사장 공모에 광고인 조모 씨 등 4명이 지원했다. 조 씨는 30여 년간 광고계에 몸담은 인물로 주요 광고회사를 거치며 여러 히트작을 낸 적이 있다. 이런 조 씨를 둘러싸고 ‘청와대에서 내정한 인사’라는 소문이 났다. 이에 대해 A 씨는 “같은 한양대 출신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미는 인물이라고 알려지면서 당시 함께 지원했던 곽성문 현 코바코 사장이 (지원을 취소하기 위해) 스스로 면접 서류를 찾아갈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곽 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에 서류를 찾아간 것은 맞다”며 “보궐선거 직전이기도 하고 아무 대책 없이 낸 것 같아 그랬다”고 말했다. 조 씨는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으로부터 ‘자격 미달’ 비판을 받는 등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결국 코바코 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는 조 씨를 다른 3명의 후보와 함께 탈락시키고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재공모 결과 친(親)박계 인사로 알려진 곽성문 전 의원이 선임되었으며 이 과정에서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청와대의 코바코 인사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인사 문제와 관련해 뒷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마땅치 않다”고 밝혔다. “사실이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몇 차례 기자가 물었지만 “그냥 노코멘트 하겠다”고 답했다. 허태열 전 비서실장과는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비서실장#방통위장#코바코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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