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우려에도… 공영 TV홈쇼핑 2015년초 신설

  • 동아일보

정부, 기본계획발표… 상반기 개국
공공기관-비영리법인등 주주참여… 中企-농축수산물 제품만 판매
전문가 “수수료 낮아도 시장성 부족… 매출부진 등 정상운영 어려울듯”

중소기업과 농축수산물 관련 제품만을 판매하는 ‘공영 TV 홈쇼핑’이 내년 초 설립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공영 TV 홈쇼핑 승인 정책방안과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내년 1월 공영 TV 홈쇼핑 사업자(1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영 TV 홈쇼핑이 이르면 상반기(1∼6월)에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공영 TV 홈쇼핑의 출자기관은 △공공기관 △공익 목적을 위해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된 법인 △비영리법인으로 제한된다. 사업 참여는 여러 개 기관이 하나의 법인을 구성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되며, 최소 납입자본금은 800억 원이다. 평균 판매 수수료율은 기존 TV 홈쇼핑 업체들(2013년 기준 32.1%)보다 약 10%포인트 낮은 20% 수준에서 정해지며 운영 수익의 출자자 배당 등은 금지될 예정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기존 TV 홈쇼핑 업체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확대해 준다는 게 공영 TV 홈쇼핑의 목표”라며 “철저히 공영성에 중심을 둔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소기업 제품과 농축수산물만으로 공영 TV 홈쇼핑이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TV 홈쇼핑 업체 중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홈앤쇼핑과 농축수산물을 다루는 NS홈쇼핑이 있지만 이들 모두 매출 부진 등을 이유로 다른 TV 홈쇼핑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의 판매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또 홈앤쇼핑은 주요 시간대에 대기업 제품도 판매하고, NS홈쇼핑은 농축수산물 편성 비율이 2001년 설립 당시 80% 수준이었으나 2004년부터 60%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공영 TV 홈쇼핑은 20번대 이하에 속하는 ‘황금채널’보다 송출 수신료가 훨씬 저렴한 채널을 확보할 계획이기 때문에 20% 수준의 판매 수수료율과 100% 중소기업과 농축수산물 관련 제품 판매로도 경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황금채널을 포기할 경우 TV 홈쇼핑의 핵심 경쟁력인 ‘다양한 시청자 접촉’이 불가능해진다. 공영 TV 홈쇼핑을 통해 제품이 방영되더라도 낮은 시청률 때문에 실제 제품 인지도가 올라가고, 판매가 늘어나는 상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시장 영향력이 확연히 떨어지는 TV 홈쇼핑에 단지 판매 수수료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제품을 선보이려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황금채널이 아니면 중소기업이 좋은 제품을 선보여도 인기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영 TV 홈쇼핑의 시장 영향력이 미미할 경우 기존 TV 홈쇼핑 업체들의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갑질’도 개선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수익 올리기에 급급한 기업들로서는 진입 장벽이 낮은 공영 TV 홈쇼핑보다는 판매 효과가 뚜렷한 기존 TV 홈쇼핑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재섭 남서울대 국제유통학과 교수는 “공영 TV 홈쇼핑 설립으로 TV 홈쇼핑 업계에 만연한 중소기업 상대 ‘갑질’을 해결하는 건 어렵다”며 “5년 간격인 TV 홈쇼핑 업체들의 재승인 심사 시점을 2∼3년 정도로 줄여 긴장도를 높이고, 공정거래 관련 항목의 평가 배점을 크게 높여 불공정행위로 실제 퇴출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홈쇼핑#공영 TV홈쇼핑#중소기업#농축수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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