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통상 10만원 후원… 고액은 뇌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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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들 출판기념회 ‘논란의 핵’]
출판기념회 빙자 불법자금 판결… 수억씩 모금 실세 의원들에 경종

6·4지방선거 후보로 나섰던 새누리당 A 의원은 올해 초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A 의원은 당시 상임위 간사를 맡고 있었다. 정부 주요 부처와 관련된 업무를 다루는 상임위에 있다 보니 부처 관계자들은 서둘러 ‘눈도장’ 찍기에 나섰다. 물론 책 정가의 수십 배가 담긴 두둑한 ‘봉투’가 건네졌다고 한다.

A 의원과 같은 상임위 소속 위원장이었던 B 의원이 비슷한 시기에 열었던 출판기념회도 비슷한 줄서기 열풍이 불었다. A 의원은 20일 “출판기념회에서 돈을 많이 내는 사람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출판기념회가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편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정치권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힘 있는 유력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 한 번에 수억 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행으로 용인돼 온 만큼 스스럼없이 유관기관과 후원자들을 초청해 정치자금 모금의 창구로 활용해 왔다. 핵심 상임위 의원들의 출판기념회 통지문이 날아오면 유관기관 직원은 ‘세금 고지서’를 받는 듯한 느낌이라고 털어 놓는다.

출판기념회는 유력 정치인의 세(勢)를 과시하는 무대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래서 정치권 보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초·재선 의원들은 어떤 출판기념회에 가야할 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한 초선 의원은 “솔직히 눈치가 보인다. 내가 ‘누구 의원 출판기념회에 갔다더라’는 소문이 나면 소위 ‘그쪽 사람’으로 분류될까 봐 결국 일정을 쪼개서 웬만한 곳은 다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홍보수단이 되기도 한다. 6·4지방선거 후보 경선에 나섰던 한 의원은 “서울에서 여는 출판기념회는 자금을 모으기 위한 목적이지만 지역구에서 여는 출판기념회는 표심을 모으기 위한 홍보 성격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5만∼10만 원의 출판기념회 후원금보다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는 건 뇌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도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황병화)는 ‘철거왕’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44)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명수 전 서울시의회 의장(55)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출판기념회 후원금은 대체로 1인당 10만 원 정도이고 5만 원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김 전 의장의 법정 진술을 토대로 “1억 원이라는 거액의 현금을 확인했음에도 돌려주려고 시도하지 않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또 “피고인과 이 회장의 관계, 돈의 액수 등으로 미뤄 김 전 의장이 이 돈을 단순히 출판기념회 후원금으로 인식하고 받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강경석 coolup@donga.com·신나리 기자
#금배지#국회의원#출판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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