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고려인 통일대장정… 北, MDL통과 공식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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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예정서 하루 늦춰 南으로


고려인(옛 소련 거주 한인) 자동차 랠리팀이 북한에서 열리는 8·15 기념행사 참가를 조건으로 군사분계선(MDL) 통과 허가 서류를 북한 측에서 받았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고려인 랠리팀은 이달 16일 MDL을 통과하게 됐다.

고려인 랠리팀 현장 지휘자인 김 에르네스트 니콜라예비치 씨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얼마 전에 북한 당국이 보낸 군사분계선 통과 허가 서류를 받았다”고 말했다. 주러 북한대사관 측은 지난달 7일 랠리팀이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를 출발할 당시 MDL 통과를 구두로 통보했지만 관련 서류는 건네주지 않았다.

김 씨는 “당초 8월 15일 당일에 민족 분단의 상징인 MDL을 고려인들이 통과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일정이 변경됐다”고 밝혔다. MDL 통과 일정이 하루 미뤄진 이유에 대해 그는 “북한이 통과 서류를 내줄 때 평양에서 거행되는 8·15 기념행사에 고려인들이 참여하는 조건을 달아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고려인 랠리팀의 북한 통과 예정 도시도 바뀌었다. 당초 랠리팀은 러시아 하산∼북한 나진 구간을 철도로 통과한 뒤 내륙 도로를 통해 곧바로 평양에 도착할 계획이었다. 변경된 일정에 따르면 랠리팀은 북한 나진에 들어간 뒤 동해안 도로를 따라 원산을 경유한 뒤 평양과 개성공단을 거쳐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로 향한다.

고려인들이 러시아 시베리아를 횡단한 뒤 평양을 거쳐 MDL을 통해 부산까지 가는 대장정은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남북과 러시아 협력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고려인 랠리팀이 일정을 하루 늦춰 군사분계선을 통과해도 유연하게 대응할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에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려인을 끌어들여 김정은 체제 옹호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우려했다.

김 씨는 “주러 북한대사관이 내준 허가 서류는 러시아 외교부를 거쳐 러시아 극동전권대사를 통해 전달받았다”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 정부가 많은 북한 책임자와 만나 긴밀한 협의를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 12대에 나눠 타고 대장정에 들어간 고려인 30여 명은 3일 현재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 시로 접근하고 있다. 김 씨는 “16일 서울에 도착한 이후에는 부산을 거쳐 선박에 자동차를 싣고 블라디보스토크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러시아 고려인 랠리팀#북한#MD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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