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 독자개발이든 재배치든 得보다 失”

美 노틸러스연구소장 ‘핵주권론’ 반박

“독자적 개발이든 미국 전술핵 재배치든, 한국의 핵 보유는 실현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피터 헤이스 미국 노틸러스연구소장(사진)은 28일 동아시아재단(EAF)이 발간한 정책논쟁에서 “한국이 독자 핵 보유를 결정하는 순간 한미동맹은 와해되고 핵무기를 개발 시험 제조 배치하는 동안 북한 핵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에 맞춰 일각에서 제기하는 ‘핵주권론’을 정면으로 배격한 것이다.

헤이스 소장은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공동 집필한 이 글에서 “한국의 핵 보유는 재래식 전력으로 구축해 둔 대북 억지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북한의 모험주의를 자극하는 빌미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산업적 파장도 크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협정,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핵연료공급그룹(NSG) 조약도 깨야 한다. 이 경우 전국 원자력발전소에 핵연료 공급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이고 아랍에미리트 등에 진행 중인 원전 수출도 막힌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도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헤이스 소장은 강조했다. 북한군 침입 경로에 핵무기를 투하하면 방사능 낙진으로 한반도 전체가 황폐화되고 북한 지도부를 타격한다고 해도 무고한 주민에 대한 대량 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군사적 비효율 때문에 1980년대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조차 전술핵 배치를 반대했던 것. 헤이스 소장은 “북핵 위협에 대한 한국의 대응 카드는 동맹국과 함께 재래식 전력을 확보하고 역내 국가들과 군사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