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귀 연 朴대통령… 野와의 소통채널은 여전히 미흡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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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총리 지명 이후]
‘만기친람 리더십’ 바뀌나

첫 출근 안대희 ‘묵묵부답’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안 후보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죄송합니다”라고만 짧게 말한 뒤 집무실로 올라갔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첫 출근 안대희 ‘묵묵부답’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안 후보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죄송합니다”라고만 짧게 말한 뒤 집무실로 올라갔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가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존과 다른 인사 스타일을 선보이는가 하면 야당의 요구나 언론의 지적에 대한 대응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만기친람(萬機親覽)형 1인 리더십’의 한계를 스스로 절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정 운영 방식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지만 야당과의 소통 채널은 여전히 미흡해 실질적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 달라진 인사 스타일… 국정 ‘3분할’ 예고

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부터가 과거와 다른 패턴이다. 안 후보자는 2012년 10월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그래서 여권 내에선 비주류로 분류됐다. 박 대통령이 앙금이 상당히 남았을 텐데도 안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그의 ‘강골 비주류’ 이미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받아쓰기 내각’ ‘순종형 내각’이란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 개각 과정에서도 이런 콘셉트를 계속 유지해 나갈지 주목된다.

인사는 직접 챙기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안대희 카드’는 새누리당에서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 핵심 그룹에서 “웬만한 인물로는 세월호 정국을 헤쳐가기 힘들다”며 박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한다. 이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박 대통령이 ‘나부터 달라지겠다’는 메시지를 여권에 전한 셈이다.

앞으로 국정 운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안 후보자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23일 “외교안보 분야는 박 대통령이, 사회 안전 분야는 안 후보자가, 경제 분야는 경제부총리가 실권을 갖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세한 부분까지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형 리더십에서 벗어나 국정을 ‘3분할’하겠다는 얘기다. 신임 경제부총리에 친박 실세인 최경환 의원 등이 거론되는 이유다.

○ 대응 빨라졌으나 소통 채널 여전히 미흡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의 경질은 야당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측면이 있다. 외교안보 라인의 핵심 인사 2명을 동시에 교체하는 카드를 꺼낼 정도로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세웠다는 얘기다.

22일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언론의 지적에 즉각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시작하면서 야당을 향해 “초당적으로 협력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국회에서 최대한 의견을 수렴해 (정부조직법 등을) 처리해 달라”고 몸을 낮췄다.

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 이후 동아일보는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면 국정 파트너인 야당과 충분히 상의하고, 야당의 제언도 수용하는 세련된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 작성 때도 각종 언론 보도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리더십 변화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들이 경질을 요구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유임시킨 점이 크게 작용했지만 야당과의 소통 채널 자체가 오랫동안 없었던 점이 근본 이유로 꼽힌다. 박준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제 역할을 못한 데다 박 대통령도 지금까지 ‘여의도 정치’를 멀리했다. 야당 및 시민사회와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최대 숙제인 셈이다. 또 향후 인사에서 지역 및 직군 안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안대희#국무총리#만기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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