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추기경 “남북 아픔극복 희망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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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개성공단 방문… 추기경 첫 방북
공단내 남측 기업인-신자 격려… 北인사 접촉-미사봉헌 안해
“교황 방한과는 무관” 선그어… 北 “근로자 모르게” 비공개 요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1일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해 남측 공단 관계자들로부터 공단 현황을 설명 듣고 있다. 추기경의 북한 지역 방문은 처음이다. 통일부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1일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해 남측 공단 관계자들로부터 공단 현황을 설명 듣고 있다. 추기경의 북한 지역 방문은 처음이다. 통일부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21일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한국 천주교 최고위직인 추기경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염 추기경을 비롯한 신부 6명, 서울대교구 관계자 2명 등 8명의 방북단은 이날 오전 6시 20분 승용차 2대에 나눠 탄 뒤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을 출발해 8시 30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방북했다. 개성공단 내 남측 입주기업 관계자들을 만난 방북단은 오후 5시 남북출입사무소로 돌아왔다.

염 추기경은 일반 사제복인 클러치 셔츠 차림으로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방북길에 올랐던 것과 달리, 돌아올 때는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언론 브리핑을 가졌다. 그는 많은 취재진을 보고 “조용히 방북하려는 의도와 달리 많은 분들이 와 주셨다”며 다소 놀란 기색을 드러내면서 “서울 중심부에서 개성공단까지 60km 남짓한 짧은 거리이지만 그동안 얼마나 남북이 멀게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염 추기경은 “이번 방문에서 남북의 아픔과 슬픔은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며 “선의의 뜻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고 노력한다면 평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북길에 동행한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추기경의 방북 목적에 대해 “개성공단 내 천주교 신자들의 단체인 ‘로사리오’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며 “이번 방문에서 북측 인사와의 접촉은 없었고 미사 봉헌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사전 조율설에 관해선 “8월로 예정된 교황의 방한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허 신부는 향후 서울대교구의 북한 교류 계획과 관련해 “가능하다면 염 추기경께서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평양을 방문할 수 있길 바란다”며 “염 추기경이 북측에서 미사를 집전할 수 있는 그러한 대화 분위기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평양대교구 서리를 겸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측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부터의 메시지는 없었다고 전했다.

염 추기경은 대주교 시절인 지난해 12월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했으나 막판에 북한이 불허해 무산됐다. 올해 4월 중순 다시 본격적으로 개성공단 방문을 타진했고 한 달간 부정적 태도를 보이던 북한 중앙특구개발총국(개성공단 관리기구)이 이달 중순 긍정적 의사를 밝힌 끝에 19일 방북을 허용했다. 북한은 “북한 근로자들에게 종교 행사가 노출되는 것은 안 된다”며 개성공단 방문을 비공개로 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염 추기경의 방북이 교황의 방북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교황이 8월 방한에서 북한 관련 평화 메시지를 발표할 계획인 만큼 교황의 방한 전 한국 천주교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도라산=김정은 kimje@donga.com·윤완준 기자
#염수정#추기경#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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