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내부선 “속도조절 필요” 벌써부터 견제 움직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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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대국민담화 이후]
정부, 후속조치 27건 年內완료 추진

내년 초 공무원 5급 공채시험 때부터 채용 인원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전문가를 공직사회에 영입하는 개방형 충원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중앙선발시험위원회는 8월에 출범한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정부조직 개편, 공직사회 혁신, 사고수습 조치, 국가안전처 신설, 국정관리 지원 등의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후속조치 27건을 선정해 연말까지 차례로 확정키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27건 중 절반이 넘는 14건을 다음 달까지 마무리하는 등 속도를 내는 모양새지만 공직사회 내부에선 벌써부터 개혁의 폭을 줄이고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들은 과거 관료사회에 개혁 바람이 불 때마다 대응 논리를 개발하는 데 능란한 만큼 시간을 끌수록 개혁의 취지가 퇴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내년부터 당장 5급 공채 축소할 듯


올해 총 391명을 뽑은 5급 공채 인원은 내년부터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구체적인 채용 인원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사안이라 5급 채용 인원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여러 부처와 협의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5급 공무원 공채의 선발 절차나 인원은 통상 매년 1월에 확정 공고된다. 이미 선발 인원을 발표한 올해 채용 규모는 그대로 유지된다.

또 정부는 박 대통령이 공무원을 기관장이나 감사로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공직유관단체의 범위를 정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규정된 공직유관단체는 공기업 지방공사 지방공단 정부출연기관 등 841개 기관이다. 담화문은 안전감독, 이권 개입 소지가 많은 인허가 규제, 조달 등의 업무와 직결되는 단체를 관료 낙하산인사 금지 대상 기관으로 규정했다. 841개 기관 가운데 어떤 기관이 이에 해당하는지 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증폭될 수 있다. 한 경제부처 관료는 “각 부처들이 여러 논리를 개발해 산하 기관들을 낙하산인사 금지 대상 기관에서 빠지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수그러들지 않는 ‘셀프 개혁’ 논란


세월호 참사로 규모가 축소되는 안행부가 대통령 담화에 따른 공직사회 개혁 업무를 담당키로 해 ‘셀프 개혁’이라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있는 부처가 개혁을 주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한 고위 관료는 “안행부가 안전 부문에 문제를 노출했지만 인사 조직 부문에선 문제가 없는 만큼 관련 개혁 작업을 진행해도 괜찮다”며 옹호하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민간 전문가들은 안행부 등 개별 부처 중심으로 개혁을 하면 공무원이 예외 조항을 많이 두는 등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수 있으므로 총리실이 총괄하면서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야 각종 개혁조치들이 강력하게 추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대통령은 공직자 취업 제한 기한을 3년으로 늘린다고 했지만 이를 5년 이상으로 확대하고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의 영리기관 재취업을 법으로 아예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개혁 최소화하려는 움직임 감지

핵심 개혁정책을 준비하는 안행부 기획재정부 국무조정실 등의 공무원들은 대통령 담화 후속조치의 세부 조율과정에서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담화문 표현을 액면 그대로 법제화하면 위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데다 공무원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 국정 공백이 초래된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일례로 담화문 내용을 예외 없이 적용하면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들은 앞으로 298개 전체 공공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공무원이 재임 기간에 한 일이 재취업하려는 회사의 영업 범위와 관련이 있는지는 해당 공무원이 소속된 부서가 아니라 부처 전체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키로 한 담화 내용 때문이다. 기재부 공공정책국이 공공기관 평가 업무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 일을 하지 않는 세제실, 경제정책국, 국고국 등의 관료들도 퇴직 후 공공기관에 못 가는 것이다.

이처럼 재취업 시점과 회사를 대폭 제한하는 것과 관련해 일부 공무원은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직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일반 근로자에 비해 재취업 제한 폭을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지만 재취업 제한연수 등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때는 법리 검토를 정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송충현 ·홍수용 기자
#대국민담화#후속조치 27건#공무원 5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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