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늑장처리 여야, 새해 새벽 ‘쪽지예산’ 진흙탕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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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최경환 예산 50억 편법 증액”… 與 “野의원 지역구 예산 딜 요구”
4시간 동안 볼썽사나운 폭로전… 검찰개혁 합의후에야 법안 처리

해를 넘겨 2014년 예산안(355조8000억)을 늑장 처리한 여야는 갑오년 첫날 꼭두새벽부터 진흙탕 공방을 벌였다. 예산안에 지역 민원사업을 끼워 넣는, 이른바 ‘쪽지예산’ 논란이 불씨가 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를 두고 48시간 동안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1일 오전 3시 50분경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켰다. 국가정보원 개혁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연계한 여야는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갈등을 벌이다 협상 결렬의 고비를 맞기도 했다.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를 도출하고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법안 처리는 외촉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의 쪽지예산 의혹을 제기하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최 의원은 이날 오전 5시 반경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대구지하철 1호선 하양 연장사업과 관련해 새로운 사업 항목을 설치하려면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국토교통부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50억 원이 증액됐다”고 주장했다. 예산안 의결 직후 최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의 대구지하철 1호선 하양 연장사업(대구 안심역∼경산 하양역) 예산이 쪽지예산으로 반영됐다는 것.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분 뒤에 직접 본회의 연단에 올라 해명에 나섰다. 현 부총리는 “신규 사업이 아니라 계속 사업 형태로 (예산을) 포함시키고 신규 사업 형태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은 잦아들지 않았다. 본회의 정회 직후 민주당과 정의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쪽지예산을 ‘여권 실세의 지역예산 챙기기’로 규정하고 예산 전액 무효화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적극 반박에 나섰다.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예산이라면 지역구가 경북인 최 원내대표의 예산이겠지만 대구 예산으로 반영됐기 때문에 최 원내대표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기재부가 (민주당 소속인) 주승용 국토교통위원장에게 대구지하철 예산 증액을 요구했을 때 주 위원장이 자기 지역구 예산 5개와 ‘딜’(맞바꾸기)을 하자고 제안해왔다”고 맞불을 놓았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어 “이 제안을 도저히 받을 수 없어서 신규 예산 50억 원 확보 절차를 밟다가 결국 예결위에서 포기한 뒤 계속된 사업에 50억 원을 증액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내에선 “민주당이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예결위에선 가만있다가 예산안이 통과한 뒤 뒤늦게 문제 삼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4시간가량 이어진 쪽지예산 파동은 ‘2014년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 사업’이 ‘대구지하철 1호선 하양 연장사업’과 별개의 사업으로 확인되면서 일단락됐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상설 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등 검찰 개혁 법안의 2월 국회 처리에 합의하자 국회는 오전 9시 20분 본회의를 열어 외촉법 등 남은 법안을 처리했다. 최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와 만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국방 예산은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35조7057억 원으로 확정됐다. 정부안보다는 944억 원 줄어들었다. 국회의 정부 예산안 심사에서 차기전투기(FX) 사업 예산은 기종 선정이 늦춰지면서 7328억 원에서 3664억 원으로 줄었다. 군 사이버사령부 예산도 28억 원 깎여 작년과 같은 258억 원이 배정됐다.

손영일 scud2007@donga.com·강경석·정성택 기자
#예산안#쪽지예산#새누리당#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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