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인턴 성추행 사건’ 변호인 김석한 씨 “윤창중 美법정 서는게 국익 도움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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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을 수행해서 미국에 와 불미스러운 일을 만든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통령을 수행했던 고위 외교사절이 미국의 법정에 서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윤 전 대변인의 여성 인턴 성추행 사건을 변호하고 있는 김석한 재미 변호사(사진)는 29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윤 전 대변인 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한국 정부가 이 사건을 장기적인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경찰은 사건 수사를 마치고 연방검찰에 기록을 넘겼다. 검찰은 윤 전 대변인에게 성추행 죄목 가운데 경죄(misdemeanor·가벼운 죄)를 적용할지, 중죄(felony·무거운 죄)를 내릴지를 두고 저울질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경우라도 사건화되는 것이어서 법원은 체포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크다.

김 변호사는 “이번 일이 사건화되고 미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 한국에 나쁜 전례가 된다. 그 전에 내 생각을 한국에 전하고 싶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는 22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한국 공무원이 해외에서 작은 잘못이라도 저지르면 어느 나라든 윤 씨 전례를 들어 체포해 자국 법정에 세우려고 할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이 체포돼 법정에 서게 된다면?

“당시 사건에 관련된 청와대와 주미 대사관 등의 당국자들이 워싱턴 법정에 증인으로 줄줄이 나와야 할 것이다. ‘증인으로 온다’ ‘안 온다’에서부터 엇갈리는 증언 내용 등이 국내외 언론에 보도될 것이다. 무슨 좋은 풍경이 되겠나.”

―그래서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미국 정부에 ‘윤 씨를 우리가 책임지고 국내에서 엄하게 다루겠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미국에서 사건화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다른 나라는 비슷한 사건이 생기면 어떻게든 자국민이 상대방 국가에서 그 나라의 법에 따라 처리되는 일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는 ‘미국에서 냉정하고 공정하게 빨리 (수사)해 주는 게 좋겠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 이후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국민 다수는 이 문제를 윤 전 대변인 개인의 문제로 보고 있다.

“나는 지금 윤 씨 개인의 잘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미국법에 따라 처리되는 순간 개인의 문제를 떠난다. 대한민국 공무원에 관한 국제적인 전례가 된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의 이미지도 훼손된다.”

―이 사건에는 피해자가 있다. 피해자 측은 윤 전 대변인이 미국 법에 따라 엄하게 처벌받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해한다. 내 생각이 다 옳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건이 조용히 빨리 끝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김 변호사의 주장을 일부 한국 정부 당국자에게 전하고 의견을 물었다. 모두 “미국 수사기관이 절차를 진행 중인 만큼 한국 정부가 개입할 여지도, 의사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것 자체가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 측과 통화를 계속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윤창중#김석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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