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벤처 인수땐 공시의무 3년면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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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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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화 中企청장 ‘엔젤’ 육성 강조

“창조경제를 구축하려면 대기업들이 벤처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 뛰어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하면 그 시점부터 3년간 각종 공시의무를 면제해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59·사진)은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공한 벤처창업가가 회사를 좋은 값에 (대기업에) 매각하면 대기업은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고, 벤처인은 또 다른 벤처를 창업하거나 엔젤로 활동해 새로운 벤처를 육성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엔젤은 신생 벤처들에 자금을 지원하고 사업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개인투자자를 말한다.

그는 미국 인텔과 시스코를 좋은 예로 들었다. 이들 기업은 자체 벤처캐피털을 통해 벤처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전략적으로 흡수합병하기도 한다. 벤처인들은 경영자로 남거나 또 다른 벤처를 설립해 일종의 생태계를 구축한다. 한 청장은 “국내에서는 대기업이 벤처를 인수하면 계열사를 확장한다고 비판하는 ‘보이지 않는 규제’가 걸림돌”이라며 “M&A를 일종의 연구개발(R&D)로 보고 세금을 감면해 줄 필요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의 경제부문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한 청장은 창조경제 방안으로 △엔젤 육성 △M&A 활성화 △코스닥시장 활성화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는 “창업가가 자금 부담,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창업에 나서고 투자자가 원활하게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는 동아일보가 ‘창조경제로 가는 길’ 시리즈를 통해 제시한 창조경제의 선순환 구조와도 상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엔젤을 육성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벤처기업에 투자한 금액의 30%를 과세 대상에서 공제받는다. 한 청장은 “특히 기술혁신형 창업기업에 투자한 엔젤에 대해 소득공제 비율을 대폭 높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세수(稅收)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벤처기업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개인투자자의 소득공제 비율을 10%에서 30%로 늘리면 향후 5년간 벤처기업이 내는 법인세와 직원들의 소득세가 감세분보다 61% 많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한 청장은 “엔젤의 투자 규모는 미국이 30조 원인데 우리는 600억 원에 그친다”며 “경제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1조 원까지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9, 2010년 코스닥상장심사위원장으로 활동했던 한 청장은 “지나치게 투자자 보호를 내세우면서 코스닥시장이 자금조달시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서는 “상대 기업을 위기에 빠뜨릴 정도라면 일벌백계(一罰百戒)하는 것이 맞지만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부당하게 단가 후려치기 등을 했을 때 피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하게 하는 제도로, 관련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한 청장은 대안으로 ‘동반성장 3.0 시대’를 제안했다. 대기업들이 정부가 주도하는 동반성장에 저항하는 것이 ‘1.0’이라면 이를 수용하는 것이 ‘2.0’, 더 나아가 동반성장을 선도하는 것이 ‘3.0’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 일환으로 이사회 필수 조직으로 동반성장위원회를 넣는 방안을 대기업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조직법에 따라 중기청장이 의무고발 요청권을 갖게 된 것에 대해 그는 “뭐든 처음에는 강하게 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의지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중기청은 수탁·위탁거래 실태조사 대상기업을 기존 3000개에서 올해 4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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