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28일 오전 9시 반경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로 들어섰다. 사전 예고는 없었다. 김 대변인은 마이크를 잡지 않은 채 갑자기 “(대통령) 취임식 때 콘셉트가 잘 전달이 안된 것 같다”며 사흘이나 지난 취임식 얘기를 꺼냈다. 기자들이 웅성거리자 뒤늦게 사회석의 마이크를 잡은 김 대변인은 “취임식 콘셉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경청 취임식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고, 희망 복주머니 행사는 100%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콘셉트가 한국의 전통문화와 문화융성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대통령께서 처음부터 한복을 입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또 김 대변인은 취임식 만찬 때 초청받은 파독 간호사 세 분이 감격해 우느라 식사를 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전했다.
김 대변인은 느닷없이 취임식 관련 브리핑을 한 데 대해 “오늘같이 기사가 없는 날, 소프트한 기사도 나가면 좋지 않겠느냐”며 “취임식 당일 말씀드려야 했는데 그렇게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기사가 없는 날’이라는 것은 이날 박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전혀 없어 따로 브리핑할 게 없다는 의미였다.
기자들이 김 대변인에게 국민적 관심사인 3·1절 기념사와 관련한 질문을 하자 김 대변인은 “(기념사가) 나오는 대로 브리핑을 하겠다”고 했으나 이날 관련 브리핑은 없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이어 청와대도 ‘불통’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가 이날 배포한 자료는 ‘대통령 취임식 접견인사 명단’이 유일했다. 이 명단은 이미 25, 26일 모두 공개된 바 있다. 취임식 ‘늑장 브리핑’에 이어 ‘철 지난 자료’를 내놓은 것이다.
윤창중 대변인은 전날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비공개 회의에서 하신 (대통령의) 발언은 모두발언에 충분히 소개됐기 때문에 추가 브리핑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만 밝혀 ‘불통’ 논란을 자초했다.
이날 오전 이남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주재로 홍보수석실 회의를 열었지만 ‘불통’ 논란과 관련해 특별한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홍보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 내내 불통 논란을 빚은 윤 대변인이 쉽게 변하겠느냐”며 “수석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입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에서 청와대와 내각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청와대 비서관 인선은 왜 꼬였는지 등 여러 현안에 대한 궁금증만 커지고 있다. 공석인 민정비서관 인선을 두고는 친박 내부 암투설이 제기되는가 하면 이종원 홍보기획비서관 내정자는 26일부터 돌연 출근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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