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뜬금없는 ‘사오정 브리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일 03시 00분


■ 靑대변인, 예고없이 나타나 “취임식 콘셉트는…”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28일 오전 9시 반경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로 들어섰다. 사전 예고는 없었다. 김 대변인은 마이크를 잡지 않은 채 갑자기 “(대통령) 취임식 때 콘셉트가 잘 전달이 안된 것 같다”며 사흘이나 지난 취임식 얘기를 꺼냈다. 기자들이 웅성거리자 뒤늦게 사회석의 마이크를 잡은 김 대변인은 “취임식 콘셉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경청 취임식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고, 희망 복주머니 행사는 100%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콘셉트가 한국의 전통문화와 문화융성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대통령께서 처음부터 한복을 입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또 김 대변인은 취임식 만찬 때 초청받은 파독 간호사 세 분이 감격해 우느라 식사를 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전했다.

김 대변인은 느닷없이 취임식 관련 브리핑을 한 데 대해 “오늘같이 기사가 없는 날, 소프트한 기사도 나가면 좋지 않겠느냐”며 “취임식 당일 말씀드려야 했는데 그렇게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기사가 없는 날’이라는 것은 이날 박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전혀 없어 따로 브리핑할 게 없다는 의미였다.

기자들이 김 대변인에게 국민적 관심사인 3·1절 기념사와 관련한 질문을 하자 김 대변인은 “(기념사가) 나오는 대로 브리핑을 하겠다”고 했으나 이날 관련 브리핑은 없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이어 청와대도 ‘불통’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가 이날 배포한 자료는 ‘대통령 취임식 접견인사 명단’이 유일했다. 이 명단은 이미 25, 26일 모두 공개된 바 있다. 취임식 ‘늑장 브리핑’에 이어 ‘철 지난 자료’를 내놓은 것이다.

윤창중 대변인은 전날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비공개 회의에서 하신 (대통령의) 발언은 모두발언에 충분히 소개됐기 때문에 추가 브리핑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만 밝혀 ‘불통’ 논란을 자초했다.

▶본보 28일자 A4면 3분 동안 딱 다섯 문장…윤창중 靑대변인의 ‘불통 브리핑’

이날 오전 이남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주재로 홍보수석실 회의를 열었지만 ‘불통’ 논란과 관련해 특별한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홍보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 내내 불통 논란을 빚은 윤 대변인이 쉽게 변하겠느냐”며 “수석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입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에서 청와대와 내각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청와대 비서관 인선은 왜 꼬였는지 등 여러 현안에 대한 궁금증만 커지고 있다. 공석인 민정비서관 인선을 두고는 친박 내부 암투설이 제기되는가 하면 이종원 홍보기획비서관 내정자는 26일부터 돌연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채널A 영상]靑 긴급 브리핑 ‘정부조직법, 임기 국회 회기 내 통과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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