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차 핵실험 후폭풍]한미일 정상 “안보리와 별개로 고강도 北제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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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압박하고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일의 대북 양자 제재 프로세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만큼이나 나라별 제재를 통한 ‘실효적 압박’이 중요하다는 학습 효과에 따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잇달아 전화 통화를 갖고 나라별 대북 추가 제재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0시 10분부터 20여 분간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더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국제 사회가 보여줘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더불어 개별 국가 차원의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과 협력해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제재를 포함해 분명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이와 별도로 대량살상무기 저지를 위한 미국 자체의 제재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실험으로 아주 어려운 길로 빠져드는 것이다. 미국은 핵우산을 통한 억지력을 포함해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변함없이 지켜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미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그동안 시도했던 BDA(방코델타아시아)식 금융제재, 해상봉쇄는 물론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로운 제재 수단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오전 9시경 아베 총리와 25분간 통화를 갖고 국가별 추가 제재 방안에 대해 향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을 비롯한 도발 행위에 대해 한일이 긴밀히 협력하고 한미일 3자가 중심이 되어 중국과도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국제 사회도 안보리 결의를 바탕으로 추가 제재 결의를 즉각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전화 통화는 지난해 12월 아베 내각이 출범한 후 처음 이뤄진 것이다. 과거사 문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이지만 북한 핵실험 문제만큼은 한일 공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12일(현지 시간)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강력 규탄하고 새로운 제재가 포함되는 결의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월 안보리 의장국인 한국 정부를 대표해 발표한 안보리 언론 성명에서 “안보리는 중대 조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결의 채택 논의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언론발표문은 이례적으로 제재 형식을 가장 높은 수준인 결의안(resolution)으로 미리 정했다. 김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성명에 결의안이라는 표현을 넣는 것을 놓고 협의가 길어졌다. 결국 중국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형식이 결정된 만큼 제재 수위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의안을 도출하는 과제만 남았다. 김 장관은 “한국 정부가 의장국을 맡고 있는 이달 내로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결의안에 담을 추가 제재 내용에 대해 한미는 어느 때보다 강경하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융제재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동원 가능한 모든 분야의 제재 조치(measures)를 검토하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은 결국 고립만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장관은 “1월 채택된 결의 2087호에 들어있는 권고 성격의 새로운 제재 내용을 의무조항으로 격상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에는 모든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할 내용을 포함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엔 결의 2087호에는 금융제재, 해상 선박 검색 강화, 무기와 관련된 전면적인 수출입 통제 등이 권고 형태로 들어 있다.

대북 제재 결의안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역시 중국이다. 이날 긴급회의에서도 일부 제재 내용을 언론 성명에 담아 북한 핵실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의지를 보여주자는 의견에 중국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유엔 결의 2087호가 40여 일 만에야 나온 것도 중국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승헌 기자·뉴욕=박현진 특파원 ddr@donga.com
#북한#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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