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발행 이어 지하경제 양성화도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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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박근혜 6조’ 대치… 28일 예산안 처리 불투명

여야는 27일 ‘박근혜 대선공약 예산안’의 재원 마련 방안을 둘러싸고 협의를 거듭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여야 간사가 오전에 만났지만 협의는 결렬됐고 오후에 세제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개최하려던 조세소위원회와 전체회의도 취소됐다.

이에 따라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내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던 계획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세법 개정안은 예산 부수법안으로 통상 예산안과 함께 통과되기 때문에 기재위의 세법 개정안 처리는 예산안 처리 전에 이뤄져야 한다.

결국 올해도 지난해처럼 여야가 대치를 거듭하다 마지노선인 12월 31일 여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국채 발행 악영향 없어” vs “재정적자 안 된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새누리당은 ‘박근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1조∼2조 원 안팎의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국채 발행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기재위 간사인 나성린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예산이 5조 원이라고 보면 이미 3조3000억 원의 기존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에 1조7000억 원만 마련하면 된다”며 “1조, 2조 원의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큰 것도 아니고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박기춘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고위정책회의에서 “재정적자를 더이상 확대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의 정책은 적자재정을 감수하고 복지를 확대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며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국채 발행 불가론에 대해 비판도 적지 않다. 불과 보름 전 선거 공약으로 20조 원 규모의 ‘일자리 뉴딜’을 제안하며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던 민주당이 갑자기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것이 전형적인 ‘예산안 발목잡기’라는 것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13일 “수출은 선진국 경제 악화로, 내수는 가계부채 문제로 풀릴 기미가 없다. 이럴 때는 정부 재정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20조 원을 과감하게 위기극복 일자리 복지예산으로 추가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이용섭 정책위의장도 기자들과 만나 “일단은 세수를 늘려야겠지만 불가피할 경우에는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 ‘FIU법 처리’ vs ‘부자증세’

두 번째 쟁점은 재원 마련을 위해 세제를 어떻게 개편하느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고소득층과 대기업 등의 비과세와 감면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소득세와 법인세의 과세표준과 세율을 조정해 세수를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렇게 하면 국채를 발행해 나랏빚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말 증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금융정보분석원(FIU)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 그렇게 되면 4조5000억 원에서 6조 원의 세금 수입이 생길 것”이라며 “이를 반대하면서 명분을 찾고 선전용으로 국회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일단 새누리당의 안대로 세제 개편안을 처리하고 추후에 세수를 확충할 수 있는 법안을 협의하자는 주장이다.

이 대표가 언급한 FIU법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FIU가 수집한 정보를 국세청과 공유하자는 내용의 법안이다. FIU는 은행 증권 등 각 금융회사로부터 하루 2000만 원 이상의 고액거래와 1000만 원 이상 거래 중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거래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현재는 FIU가 수집된 금융정보를 분석한 뒤 조세범죄 조사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자료만 국세청에 제공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국세청에서 고액거래 정보를 모두 들여다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FIU법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대선 공약으로 ‘고액 현금거래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FIU법은 별개 사안인 만큼 이번에 부자증세를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민주당은 소득세 최고세율(38%) 구간을 현행 3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낮추고 법인세는 과세표준 5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 25%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원재·최우열 기자 peacechaos@donga.com
#국채발행#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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