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당선인 첫 행보는 민생… “현장 목소리 정책에 반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5일 03시 00분


■ 서울 난향동 저소득층 집 방문-도시락 배달 ‘성탄절 봉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상 등을 놓고 주말 동안 칩거에 들어갔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성탄절 사회봉사에 나서며 외부활동을 재개했다.

대통령 당선 뒤 첫 공식 대외일정의 콘셉트는 그동안 줄곧 강조해왔던 ‘민생’이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관악구 난향동에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와 홀몸노인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는 단체인 ‘난곡 사랑의 집’을 방문했다.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행 인원을 정몽준 전 대표, 진영 정책위의장 등 10명 남짓으로 최소화했다.

박 당선인은 시설 관계자들을 만나 애로 사항을 묻고 들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설 관계자가 수익사업과 후원금 모금이 어렵다고 호소하자 박 당선인은 “국가에서 해야 되는 일인데 우리 사회가 부족한 게 참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당선인=국가나 사회에서 어떤 프로그램 지원을 해드리면 좋겠나.

▽김한수 난곡 사랑의 집 사무국장=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일수록 아이들의 심리적 정서적 문제가 크다. 부모도 무관심하다. 장기적으로 심리적 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또한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공부방은 일정 기준을 넘어서야만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공공모금회 등의 지원을 받으려면 법인이거나 등록된 비영리 법인이어야 하는데 그런 규격화된 기준에 맞지 않는 자립시설들이 상당 부분 있다.

▽박 당선인=국가가 하는데 기준 없이 하기 어렵겠지만 조금 더 융통성을 발휘해서 더 친절하고 세밀하게 하다 보면 (봉사를) 하시는 분들도 힘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자원봉사자=어머니의 마음으로 해 달라.

▽박 당선인=어머니는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외면하지 않는다. 정책을 세울 때도 봉사하는 분의 입장에 서서 보면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 나올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어 박 당선인은 ‘난곡 사랑의 집’ 관계자들과 함께 도시락을 직접 만든 뒤 딸 세 명을 둔 기초생활수급자 김모 씨(51) 가정을 방문했다. 박 당선인은 김 씨에게 도시락을 전달한 뒤 김 씨 부부와 탁자에 둘러앉아 15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박 당선인=기술도 배우고 계시다 했는데, 어떻게 도와드리면 좋겠는지 말씀해 달라.

▽김 씨=(신문기사 스크랩과 10월 수도세 명세를 꺼내 보이며) 보통 도시가스와 전기세는 따로 나오는데 물세는 따로 안 나온다. 그래서 물세 때문에 다세대주택에서는 서로 싸우기도 한다. 가구별로 물세를 따로 계산하게 해주면 저소득층 가구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이다.

▽박 당선인=골고루 온기가 퍼지도록 하는 게 최고 목표다. 제가 국민행복시대를 연다고 외쳤다. 이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가면서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살맛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희망을 가지시라.

▽김 씨=정말 만나보고 싶었다.

▽박 당선인=좋은 말씀 잘 듣고 간다. 혹시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해 주시면 계속 챙기겠다.

박 당선인은 이날 방문에서 들은 두 가지 제안을 국회 수석전문위원에게 전달해 실현 가능한 방법을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박 당선인은 성탄절인 25일에도 소외된 곳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박근혜#봉사활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