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단일화 진영논리 갇힌 민주”… 김영환 “친노의 잔도를 불태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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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책임론 쏟아져
비대위원장 지명권한 놓고 주류-비주류 24일 정면충돌

텅 빈 회의실 23일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 당사의 지도부 회의실이 텅 비어 있다. 대선 패배 후 개점휴업 상태인 민주당의 현실을 보여준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텅 빈 회의실 23일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 당사의 지도부 회의실이 텅 비어 있다. 대선 패배 후 개점휴업 상태인 민주당의 현실을 보여준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대선 패배와 관련해 비판과 자성을 제기하며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손 고문은 22일 자신의 싱크탱크 격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송년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하면 된다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23일 전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문재인 전 후보에게 패해 본선에 나서지 못한 손 고문은 다음 달 중순부터 6개월간 독일에 머물 예정이다.

손 고문은 “국민의 눈높이에 우리를 맞추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눈높이에 국민을 끼워 맞추려 했다”며 “국민은 맹목적인 정권교체, 야권 단일화를 원한 게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새 정치’ 구호에 대해서도 “기껏 의원정수 및 세비 감축 등 말단지엽적인 논의가 있었지만 포퓰리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 패배는 민주당을 비롯한 전체 야권, 진보적 정치세력 전체의 대오각성과 성찰을 준엄히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라면서 “이제 국민을 위해서라도 박근혜 정부가 성공적인 민생정부가 되길 소원한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 후 계속 휘청거리고 있는 민주당 내에서는 당을 추스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구성 문제가 뇌관으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24일 당무위원회를 개최해 문 전 후보가 대표대행으로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명할 권한이 있는지를 놓고 친노(친노무현)계 등 주류와 비주류의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주류 측은 “이해찬 전 대표가 사퇴 직전 최고위원회를 열어 대표대행 자격을 ‘문재인 후보’가 아닌 ‘문재인 의원’에게 위임하기로 의결했다. 문 전 후보가 대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주류 측은 “일개 의원이 아닌 ‘대선후보’에게 대표대행 권한을 한시적으로 위임한 것이기 때문에 더이상 대선후보가 아닌 문 전 후보가 대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비주류 인사는 23일 “당무위원들이 (주류가 다수인) 당연직 45명만으로 줄어 있어 항의했더니 다시 73명으로 원위치됐다”며 “꼼수가 심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비주류 중진인 김영환 의원(4선)은 블로그 등에 올린 ‘친노의 잔도(棧道)를 불태우라’라는 글에서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구도 싸움에서 밀렸는데도 문 전 후보는 의원직 사퇴라는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친노 측근들의 임명직 포기 선언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대선 패배는 인재(人災)”라며 “책임이 있는 분들은 떠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후보가 21일 “민주당 힘만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걸 확인했다. 시민사회세력이 민주당을 견인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해서도 말이 많다. 주승용 의원은 23일 통화에서 “민주당에 들어올 시민사회세력이 아직도 남아 있나. 중도를 끌어안을 수 있는 정책과 비전 부재, ‘이정희식 진보’로 대선에서 패한 것을 왜 모르나”라며 문 전 후보를 정면 비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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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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