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발사]한미 군당국 정보 판단 ‘허점’ 노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2일 1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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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2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의 군·정보 당국의 정보 판단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 당국은 전날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의 발사대에 장착된 로켓을 지상으로 내려 조립건물로 옮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로켓을 최소한 금주 중에는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됐다.

양국은 당시 미국 첩보위성과 한국의 아리랑-3호 위성 등을 통해 로켓이 발사대에서 분리되어 수리 중인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은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비공식적으로 로켓이 발사대에서 조립건물로 옮겨진 사실을 사실상 시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이날 오전 9시51분 전격 탐지되자 당국은 당혹스러워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것이라는 임박한 징후는 포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1단 로켓의 엔진에 문제가 있었고 북한도 발사기간을 1주일 늦췄기 때문에 이번 주 발사할 것으로는 사실상 판단하지 못했다"면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방부와 합참도 북한이 로켓을 수리하는 정황이 포착되자 지난 10일 오후 6시부로 통합태스크포스(TF)의 책임자 계급을 소장에서 준장으로 하향 조정하고 근무자의 수를 다소 축소하기도 했다. 통합TF는 9일부터 가동됐다.

군 당국은 북한이 로켓을 전격적으로 발사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해명에 부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군은 합참 작전지휘실에서 모두 대기했다"면서 "북한이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있었고 언제 발사할지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제부터 있었다"면서도 "(발사가) 임박 했다는 부분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이날 오후 국회 국방위 긴급 전체회의에 출석,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 로켓 발사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의가 쏟아지자 "어제(11일) 오후에 미사일 발사체가 발사대에 장착돼 있음을 확인하고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발사대에 장착돼 있어 언제라도 발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고 설명한 뒤 로켓이 발사대에서 분리되어 수리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오보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야 국방위원들은 언론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면 국방부가 당연히 바로잡아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하며 김 장관의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이지스 구축함 3척이 모두 로켓 궤적을 성공적으로 포착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로 평가되고 있다.

세종대왕함과 이이율곡함은 서해 상공을 통과한 로켓의 궤적을, 서애류성룡함은 오키나와 서쪽 해상을 날아가는 로켓 궤적을 각각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군 일각에서는 북한이 전날 로켓을 발사대에서 내려 조립 건물로 옮긴 뒤 새로운 로켓을 전격적으로 발사대에 장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군의 한 관계자는 "정보 사항이어서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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