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명 잊지 않겠다”… 安의 정치적 미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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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대선후 정계개편 핵으로… “결집력 유지 의문” 반론도

“제가 부족한 탓에 국민 여러분의 변화의 열망을 활짝 꽃피우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나지만 제게 주어진 시대와 역사의 소명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3일 후보 사퇴를 선언하며 강조한 이 말은 안 후보가 정치 행보를 이어나갈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9월 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정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고, 이후 선거운동 중에는 여러 차례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의 정치적 미래는 어떻게 될까.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이날 트위터에 “안 후보의 사퇴는 새로운 정치의 끝이 아니라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작”이라며 “문재인 야권 단일후보와 함께 새 정치를 열어 갈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안 후보 측 관계자도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인사는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정치는 양보가 더 큰 승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안 후보가 계산을 했든 안 했든 안 후보는 이번 결정으로 진짜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를 스스로 만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사퇴 회견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라고 한 만큼 대선 때까지 문 후보의 선거운동을 직·간접적으로 도울 가능성이 높다.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께 성원을 보내 달라”라고 당부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문 후보와 민주당으로부터 받은 안 후보의 상처를 민주당이 제대로 쓰다듬어 주지 못할 경우 안 후보가 적극적으로 문 후보를 돕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후보가 이번 대선은 포기했지만 오히려 ‘정치인 안철수’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서울시장에 이어 대통령까지 쉽지 않은 양보를 두 차례나 결단한 정치적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범개혁세력의 핵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의 지지층은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중도·무당파층에 보수층까지 아우르고 있어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일단 희박해 보인다. 민주당의 핵심 인사는 “안 후보가 입당하면 정치적 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민주당과 거리를 두면서 정치혁신과 새 정치를 강조하는 것이 안 후보의 최선의 선택지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안 후보가 대선 후 ‘새 정치’를 실현할 틀로 범개혁세력을 포괄하는 신당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후보의 사퇴 카드는 결국 ‘대선 뒤 안철수 중심의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문 후보는 “안 후보 측에서 정당을 만든다면 그 정당과 민주당의 합당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안 후보가 신당을 만들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일각에선 그가 신당을 만들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현실적으로 정치조직이나 당 기반 없이 정치 활동을 계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그가 포럼과 같은 준(準)정치조직을 만들어 정치권 외곽에서 정치개혁의 기치를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패할 경우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한 책임에서 안 후보도 자유롭지 못하겠지만 야권에서 안 후보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수권 능력이 없다는 게 증명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민주당 쇄신을 강조해온 안 후보는 박근혜 정권의 교체를 위한 차기 주자로 다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올해 4·11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패하자 안 후보의 지지율이 다시 고공행진을 했다.

그러나 정당에서 기반을 탄탄하게 구축하지 못할 경우 평범한 ‘제3후보’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2007년 대선에서 문국현 후보도 창조한국당을 창당하며 원내 진입에 성공했지만 결국 별다른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현재는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됐다.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안 후보에게 모아진 정치적 기대가 ‘대통령 안철수’였다는 점에서 ‘대통령 아닌 정치인 안철수’를 중심으로 지금과 같은 정치적 결집력이 유지될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윤완준·조수진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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