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투표시간 연장 캠페인을 본격화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이달 초부터 샅바싸움 중이던 투표시간 연장 논쟁에 뛰어든 것이다.
문·안 캠프는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20, 30대 투표율이 올라가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안 후보는 28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열린 ‘투표시간 연장 국민행동’ 출범식에서 “국민은 21세기인데 투표시간(오전 6시∼오후 6시)은 1970년대에 멈춰 있다”며 “오후 8시까지 2시간을 연장하면 더 많은 국민이 선택하는 투표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표 연장전을 통해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미래가 만들어진다”고도 했다. 이어 트위터에도 “에잇(8시), 투표 좀 합시다!”라는 글을 올려 ‘오후 8시까지 투표 연장’을 촉구했다.
‘국민행동’의 본부장을 맡은 송호창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은 투표시간의 2시간 연장 및 선거일의 유급휴일 지정을 위한 국민입법청원운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일이 임시공휴일이지만 비정규직 자영업자를 비롯해 일하는 사람이 많고 이 때문에 투표에 참여하고 싶어도 투표장에 오지 못하는 유권자가 많다’는 게 안 후보의 논리다. 안 후보는 “‘100%의 대한민국’을 말하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말이 진심이라면 100% 유권자의 투표를 보장하기 위해 선거법 개정에 동참하리라 믿는다”고 박 후보를 압박했다.
문 후보도 이날 대전·충남·세종 선대위 출범식에서 “일 때문에 투표하지 못하는 수백만 국민을 투표할 수 있게 하려면 오후 9시까지 투표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며 “박 후보에게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영경 공동선대위원장은 “문·안 캠프에서 공동 논의와 대응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문·안 후보의 투표시간 연장 주장은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안 후보는 20, 30대와 중도층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우위 또는 박빙이지만 50대 이상에 비해 이들이 실제 투표장에 가는 비율은 낮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R&R)와 함께 안 후보가 양자대결 구도에서 박 후보에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에 2007년 17대 대선의 투표율을 적용하자 거꾸로 박 후보 우세로 바뀌었다. 2002년 16대 대선 투표율을 적용하면 안 후보가 앞서긴 했지만 지지율 격차는 줄어들었다. 17대는 16대에 비해 20, 30대 투표율이 뚝 떨어진 선거다. ▶본보 18일자 A1면 최근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16,17대 투표율 시뮬레이션 해보니
안 후보 측은 16대 대선 투표율(70.8%)보다 높아야 승산이 있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야권후보가 유리한 투표율을 73% 이상으로 전망한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20대 투표율이 60%는 넘어야 한다”고 했다. 16대 대선의 20대 투표율은 56.6%였다.
새누리당은 “시간만 늘리자는 건 대선을 앞둔 정치적 주장이다. 뜬금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박선규 대변인은 “투표율을 높이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투표일은 현재도 공휴일이다. 당일 투표가 어려우면 미리 이틀에 걸쳐 부재자투표도 할 수 있다. 투표시간이 부족해 투표율이 떨어졌다는 주장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잘 상의해서 결정하면 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독일 호주(이상 선거일이 휴일)의 투표시간은 10시간이다. 영국은 투표일을 평일로 하되 15시간(오전 7시 투표 시작)이다. 일본(주로 일요일에 투표)은 오전 7시부터 13시간. 미국은 평일이되 주별로 8∼15시간으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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