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보리 이사국 15년만에 또 진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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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투표서 149개국 지지… 내년부터 2년간 비상임 활동

한국이 15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했다.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WB) 총재를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이 맡은 데 이어 안보리 이사국 자리까지 거머쥐게 돼 한국은 외교무대에서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주요 3개 분야 석권)’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기대된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 2차 투표까지 가는 격전 끝에 193개 회원국 가운데 149표를 얻어 43표를 얻은 캄보디아를 제치고 이사국 진출을 확정 지었다. 1개국은 기권했다. 이사국이 되려면 유엔 회원국의 3분의 2(129개국)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한국은 올해 말까지가 임기인 인도에 이어 아시아그룹 몫으로 배정된 2013∼2014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이 됐다. 1996∼1997년에 이어 15년 만에 이뤄진 두 번째 이사국 진출이다.

한국은 15개 안보리 이사국이 알파벳순으로 한 달씩 돌아가며 맡는 안보리 의장국을 내년 2월과 2014년 5월에 맡는다. 의장국은 국제사회의 어젠다를 주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합의 도출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외교 트리플 크라운’… 위상 급상승 ▼

이로써 한국은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기구에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국격(國格)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 회의장 주변에서 이사국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야 했던 한국의 외교력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엔 관계자는 “유엔 사무총장과 안보리 이사국, 세계은행 총재 자리에 한국이 직간접적으로 간여하게 되는 트리플 크라운 효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누릴 시너지 효과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 등 15개 이사국으로 구성된 안보리는 국제분쟁을 조정하거나 연합군 파견과 무력 승인, 회원국 경제 제재 등의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다. 권고 성격에 그치는 유엔 총회의 의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3월 리비아 사태 때 무력사용 승인과 비행금지구역 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안보리다.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으로 비상임이사국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실제 결의안 통과를 위해선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9개 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그 권한은 상당하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단골 의제인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의중이 유엔에 반영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게 됐다. 또 한반도 관련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유엔과 미국의 지원을 우선적으로 받을 기회가 커진다.

유엔대표부 관계자는 “1991년 9월 유엔 가입 이후 21년 만에 두 번째 안보리 이사국에 진출하는 만큼 다자외교의 성년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사국으로서 유엔 평화활동을 강화해 세계 안보에 기여하고 한반도 문제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시아 몫의 비상임이사국을 두고 캄보디아 부탄과 경쟁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가 동남아 국가의 표를 흡수하고, 부탄이 개발도상국의 동정표를 일부 가져가면서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였던 이번 선거에서 한국은 목표를 달성했다. 유엔 사무총장과 안보리 이사국을 동시 배출하는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견제심리 벽도 넘어섰다.

자격도 충분했다. 한국의 유엔 예산 분담금은 올해 기준 연간 5300만 달러(약 585억 원)로 11위. 평화유지활동 예산 분담금 순위도 10위에 이를 정도로 재정적인 기여도가 높았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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