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저특검 이광범 변호사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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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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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악법도 지켜야”… 재추천요구 이틀만에 접어
11월 중순이후 수사 발표… 대선 판세에 영향 줄수도

이명박 대통령은 5일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이광범 변호사(53·사진)를 임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관계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악법도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특검을 임명한다”며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김형태 이광범 변호사 중 이 변호사를 임명했다고 최금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청와대가 3일 민주당이 여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정치권에 사실상 특검 재추천을 요구한 지 이틀 만이다.

최 수석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는 특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며 “특검법이 매우 부당하고 추천 과정도 편파적이지만 이 대통령은 민생 안정과 원만한 대선 관리를 위해 특검을 임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검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으로 믿는다”며 “청와대는 특검 수사에 적극 임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남 영암 출신인 이 변호사는 사시 23회로 광주제일고, 서울대 법대를 거쳐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법원 내 진보 성향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통했다. 이상훈 대법관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 특검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내곡동 사저 터를 경호처와 함께 사면서 시가보다 싸게 샀고 경호처는 더 비싸게 사면서 결과적으로 국고를 낭비했는지, 매입한 땅이 시형 씨 명의로 돼 있어 부동산실명제법을 어겼는지 등의 의혹을 조사한다. 이 특검은 준비기간 10일을 거쳐 30일간 수사할 수 있고 필요하면 15일간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수사 결과는 11월 중하순경 나오게 돼 대선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이틀 전 특검 재추천을 요구했다가 이날 이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한 것을 두고 “청와대가 별 소득도 없이 결과적으로 ‘정치적 몽니’만 부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검법 논의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합의한 ‘여야 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특검 임명을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무리하게 특검 재추천이라는 카드를 꺼냈다가 어정쩡하게 접은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말로는 청와대를 지지했지만 실제로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청와대 모양새만 이상하게 됐다”고 한숨쉬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사저특검#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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