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무상보육 폐지 제동 “총선약속… 예산심의에 반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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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치권 정면 충돌
문재인 “무책임 국정 극치”… 안철수 “이래서 정치 불신”

정부의 만 0∼2세 전면 무상보육 폐기 방침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까지 나서 소득 상위 30%에게는 월 10만∼20만 원의 양육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한 정부의 ‘보육지원체계 전면 개편안’을 비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25일 강원 양구군의 육군 전사자유해 발굴 현장에서 이 사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이 문제는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약속한 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두고 정부와 오랫동안 논의하며 관철하고자 노력해 왔지만 전체가 반영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고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박 후보는 “상위 30%에 해당하는 분들도 다 빠듯하게 살아가는 젊은 부부들로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이정현 공보단장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새누리당은 0∼2세가 아니라 0∼5세까지 전 계층을 대상으로 보육료와 양육수당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걸 국민에게 약속했다”면서 “이는 꼭 필요하고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 단장이 전했다. 박 후보는 “만약의 경우, 이것이 정부와 협의나 논의를 해서 이뤄지기 힘들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예산심의에서 반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국회의 권한을 이용해 원상회복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단장은 “이 사안은 정부가 타협하고 들어주고 말고 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는 점과 함께 제도화, 법제화, 시스템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실현하고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려는 의지를 (박 후보가)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의 대선 후보가 정부의 정책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대선을 앞두고 당정, 당청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대선 앞두고 당정 갈등 불거질 듯… 복지부 “여야 의원들 최대한 설득”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진성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0∼2세 전면 무상보육을 폐기한 것은 무책임한 국정운영의 극치며 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포기한 것이자 보편적 무상보육을 열망하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정책의 태동 자체가 총선에서 환심을 사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었다. 그런데 그 결말 역시 거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며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화살을 박 후보에게도 돌렸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도 서울 종로구 사회적기업 ‘마이크임팩트’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두 번째 포럼에 참석해 “이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고, 국민께서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 아닌가 하는 착잡한 심정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태는) 복지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정교한 계획이 필요한가를 나타내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무상보육은 지난해 정부와 여야간 합의로 마련됐다. 정부가 아무런 협의 없이 폐기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반대 성명을 냈다.

이 같은 정치권의 반발에 복지부는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내년 3월부터 보육지원체계 전면 개편안이 시행되려면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돼야 한다. 따라서 지금의 분위기라면 개편안 시행이 불가능하다.

복지부는 일단 국회를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원론적인’ 방침만 내놓았다. 최희주 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실장은 “정부의 개편안은 그대로 국회에 제출할 것이다. 이후 국회에서 대선공약 등을 종합적으로 토의할 것이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도 0∼2세 전면 무상보육에 따른 지방재정 악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무조건 정부의 개편안을 폐기하기보다는 다른 방향의 절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복지부가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을 완전하게 배제하고 예산안을 짰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개편안에 공감하는 의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대한 논리적으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박근혜#문재인#무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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