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불꽃’도 못세우는 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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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광화문광장內 건립 반대… 2년째 자리 못구해 무산위기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라에 목숨을 바친 영웅들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불꽃’ 시설을 건립하려던 계획이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본보 7월 31일자 10면 참조 ‘호국보훈의 불꽃’ 후보지 광화문광장 선정

5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보훈처는 지난달 6일과 24일 불꽃시설의 건립 승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서울시에 보냈지만 서울시는 ‘취지는 공감하나 다양한 의견수렴 등을 통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지난달 10일엔 보훈처 고위 간부가 서울시 고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광화문광장이 불꽃시설 건립 후보지로 결정된 여론조사 결과 등을 설명하며 협조를 당부했지만 부정적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보훈처는 이달 3일 박승춘 처장 명의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면담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확답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 등 조선시대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불꽃시설이 어울리지 않고, 관리상의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보훈처 관계자는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 추모시설을 건립하자는 취지에 많은 시민이 공감하고 있는데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당초 지난달 말까지 서울시의 승인을 받아 올해 국회에서 책정한 설계 예산(5억 원)으로 불꽃시설의 디자인 공모와 당선작 심사, 설계사업자 선정 등 본격적인 건립에 착수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한 발짝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 15일까지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면 올해 예산은 불용 처리되고, 내년 6월로 예정된 완공 목표도 연기될 수밖에 없다고 보훈처는 설명했다.

보훈처는 당초 불꽃 추모시설을 올해 현충일(6월 6일)에 서울현충원에 건립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말 국회가 장소를 바꾸라며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바람에 내년 현충일로 완공 시기를 연기한 바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서울시가 반대하는 한 광화문광장 내 불꽃시설 건립은 포기하거나 대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정기국회가 열리면 그간의 추진 과정을 설명하고 국회 차원의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호국보훈의 불꽃#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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