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梁-朴 수천통 문자… 그 속에 답 있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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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 공천뒷돈 의혹 수사

민주통합당의 공천 뒷돈 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양경숙 씨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주고받은 수천 통의 문자메시지가 공천 뒷돈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유력한 정황이라고 보고 수사 중이다.

▶본보 8월 31일자 A1면 양경숙 받은 돈 일부 박지원 경선때 쓴 듯
▶본보 8월 31일자 A6면 양씨, 공천뒷돈 시인… 檢 “단순사기 아닌듯”

양 씨가 공천 뒷돈의 일부를 1월 전당대회에서 박 원내대표의 당대표 선출을 위해 썼다면 이 사실을 문자 등으로 사전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문자 내용 분석에 주력

검찰은 양 씨가 비례대표 공천을 미끼로 공천 희망자들에게 공천 뒷돈을 내라고 유혹하는 e메일이나 문자를 보낸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양 씨가 지난해 12월 한 친노(친노무현) 인사에게 “선거홍보용 로고송 제작과 탑차 납품사업에 15억 원을 투자하면 당선 안정권인 비례대표 13∼17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월 9일 박 원내대표 명의로 돈 제공자들에게 보낸 “박지원이 밀겠습니다. (비례대표) 12번, 14번 확정하겠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도 양 씨가 박 원내대표를 사칭해 보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양 씨가 공천 희망자들에게 노골적인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면 박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에도 이런 상황을 직접적으로 설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양 씨는 통화보다 문자메시지를 주로 이용해 왔고 상대방이 응답하지 않으면 답을 줄 때까지 계속해서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짧은 기간에 수천 통의 문자메시지 교환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 씨의 휴대전화에 남겨진 문자메시지를 살펴보는 한편 저장용량이 가득 차 지워져버린 문자메시지 내용도 복원하고 있다.

양 씨가 공천 뒷돈의 일부를 경선 과정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박 원내대표가 알았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정당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 ‘박지원 지지’ 요청 문자 발송

검찰은 양 씨가 1월 민주당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시민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것 외에 박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문자를 보내는 데 공천 뒷돈의 일부를 사용한 게 아닌지 확인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양 씨가 박 원내대표를 지지해 달라는 문자를 여러 차례 보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자료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가 당시 홍보 문자메시지 자금으로 쓴 돈은 700만 원이다. 대량 문자메시지의 경우 전문 대행업체가 있는데 단문은 13원 안팎, 장문은 33원 안팎이 든다. 지지를 요청하는 장문 메시지를 전화번호가 공개된 당원과 대의원 15만 명에게 발송하려면 대략 500만 원이 드는 셈이다. 각 후보 측은 전당대회 기간에 당원 등 선거인단에 여러 차례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 명의로 홍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다섯 번으로 제한돼 있다. 다만 주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지지 요청 문자를 보내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 이 경우 국고보조금은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거물급 후보 주변에서 ‘알아서’ 문자를 보내주는 일이 많아 ‘돈 선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양 씨도 형식적으로는 ‘자발적으로’ 박 원내대표 지지 문자를 여러 차례 보낸 것이어서 박 원내대표가 이런 정황을 알고 있었는지는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박지원#민주 공천뒷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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