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골프’ 조사단 中급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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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한국대사관의 ‘광복절 골프대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외교통상부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비공개 추진,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 고문 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이 잇달아 여론의 도마에 오른 상태에서 또 다른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본보 17일자 A1면 北 장성택 中에 와있고, 한중일 외교갈등 불거졌는데…

특히 이번 골프대회 논란은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강하게 주문해온 외교관들의 공직기강과 관련돼 있어 외교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특히 대사관 측이 해명 과정에서 “3·1절과 광복절에 매년 골프대회를 열었다”고 밝힌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외교부 내에선 “주변 4강의 핵심인 중국 베이징 공관이 그 정도의 정무적 감각도 없느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외교부는 17일 오후 전광춘 감사관을 중심으로 자체 감사반을 구성해 베이징에 급파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감사관이 직접 현장조사를 실시해 늦어도 월요일까지는 마칠 것”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규형 주중 대사의 경질 여부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주중 대사관은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직원들은 국내 여론이 예상보다 부정적일 뿐 아니라 본부 차원의 진상조사까지 실시된다는 소식에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언론의 질책 정도로 넘어갈 줄 알았는데 상황이 증폭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직원은 억울하다는 반응도 내놓았다. 골프대회 당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 방문 중이긴 했지만 정무라인 직원들이 대사관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업무 태만으로 비난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 직원은 “스폰서를 대동해 골프를 친 것도 아니고, 7만 원 정도 각자 내고 대회를 열었는데 너무 몰아붙이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대사관 안에서도 골프대회를 여는 게 맞는지를 놓고 일부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사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행사 개최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한 교민은 “골프 자체는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대사는 현장을 지키는 게 나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광복절 골프#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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