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까지는 말 못맞췄나… 조기문 “500만원 밤색 봉투” 현영희 “은색” 다른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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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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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4일 오후 부산지검 9층 공안부 검사실. “현영희 의원에게서 받은 건 3억 원이 아니라 서류봉투에 담겨 있던 500만 원이라고 하셨죠? 그럼 올 3월 15일 서울역에서 (사건 제보자) 정동근 씨에게 돈을 받았을 때 그 서류 봉투의 색깔과 모양은 어땠습니까?”(검사) “음… 그게 제 기억으론 광택이 나지 않는 밤색 서류 봉투였던 것 같습니다.”(조기문 씨)

이틀 뒤인 6일 밤 부산지검 9층의 또 다른 검사실. “(수행비서인) 정 씨를 불러 조 씨에게 건네주라며 500만 원을 담은 서류 봉투를 건넸다고 하셨죠? 서류 봉투 색깔과 모양이 기억나십니까?”(검사) “제 기억으로는 은색 서류봉투였을 겁니다.”(현 의원)

현 의원의 공천 뒷돈 의혹 수사에서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현 의원이 조 씨를 통해 현기환 전 의원에게 건네려 한 돈이 3억 원이냐, 500만 원이냐는 것이다. 제보자 정 씨는 “3월 15일 현 의원이 ‘3억 원이 들었다’며 건넨 은색 쇼핑백을 서울역에서 조 씨에게 건넸다”며 일관된 진술을 했다. 반면 현 의원과 조 씨는 “우리가 주고받은 돈은 활동비 명목의 500만 원이며 서류 봉투에 넣어져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두 사람은 뒷돈의 실체를 밝혀줄 주요 정황 가운데 하나인 서류 봉투에 대해 엇갈린 진술을 했다. 검찰은 현 의원과 조 씨가 500만 원이라는 금액에 대해서만 말을 맞췄지 돈이 담긴 서류 봉투의 모양과 색깔 등 상세한 부분까지는 미처 말을 못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봉투 모양과 색깔에 대해 두 사람이 아예 진술하지 않거나 거부한 게 아니라 진술이 엇갈렸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13일 조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검찰은 이 점을 부각했다. 부산지법도 영장을 발부할 때 범죄 의심 사유 가운데 하나로 두 사람의 엇갈린 진술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를 구속해 추가로 말을 맞출 가능성을 차단한 검찰은 앞으로 이들 진술의 허점을 파고들어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할 계획이다. 검찰은 14일 오전에도 조 씨를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한편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는 14일 4·11총선 때 공천 뒷돈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제명 처분을 받은 현기환 전 의원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경대수 당 윤리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당 윤리위의 원심 결정이 적법하고 상당(합당)하게 이뤄졌으며 청구인의 사유 중 어느 것도 재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 전 의원은 6일 당 윤리위에서 제명 결정됐지만 13일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청구가 기각됨에 따라 현 전 의원에 대한 제명은 16일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현영희#조기문#서류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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