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박정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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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하려는 딸… “아버지 시대와 다르다” 미래-정책에 초점
묶어두려는 野… 5·16-정수장학회로 ‘독재자 딸’ 프레임에 가두기

1978년 4월 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를 둘러보는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 부녀. 동아일보DB
1978년 4월 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를 둘러보는 박정희 대통령과 박근혜 부녀. 동아일보DB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은 10일 발표한 대선 출마선언문 작성 과정에서 실무진에 “과거 이야기는 빼고 철저하게 미래와 정책 이야기를 실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런 주문 탓에 5년 전 출마선언문에 포함돼 있던 아버지 시대에 고통받은 이들에 대한 사과 메시지도 빠졌다. 박 의원은 “과거 아버지 시절에 피해를 본 분을 별도로 편 가르기 식으로 나눠 사과하는 것보다 앞으로 그분들을 포함해 모든 국민의 꿈을 이뤄지게 하는 게 진정한 사과”라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출마선언 이후 아버지인 고 박정희 대통령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5년 전 대선 출마 때는 볼 수 없던 장면이다. 박 의원은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아버지 시대와 지금 시대는 엄연히 다른 세상”이라며 “저는 이 시대에 맞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하는 일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과거’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출마선언문에서도 아버지 시대의 상징인 ‘국가주의’를 넘어 ‘국민 개개인의 행복’으로 국가 경영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박 의원이 5년 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두 가지가 강해진 권력 의지와 아버지를 극복하겠다는 뚜렷한 의지”라며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서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복지국가의 꿈을 내 방식대로 이루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5·16군사정변에 대해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한 발언도 박 의원이 고심 끝에 직접 준비한 것이라는 게 캠프 측의 설명이다. ‘불가피’라는 단어 속에는 당시 어쩔 수 없이 선택했지만 옳은 방식은 아니라는 점을 내포하고 있고, “5·16은 구국의 혁명”이라는 5년 전 발언보다는 한결 진전된 고민을 담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박 의원의 이런 인식 변화가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야권은 5·16군사정변, 정수장학회 등 아버지 시절 이슈를 부각해 박 의원을 ‘독재자의 딸’이라는 과거 프레임으로 가둬두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박 의원이 표를 확장할 기회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박 의원의 발언을 잘 살펴보면 아버지에 대해 균형감각을 갖추려는 노력이 엿보이지만 ‘최선의 선택’이라는 5·16 평가로 인해 중도, 진보층의 부정적인 인식은 커졌을 것”이라며 “‘아버지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야권의 공세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향후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박 의원 측은 ‘미래를 향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안정감으로 ‘아버지 프레임’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캠프 관계자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한계를 가질지 몰라도 이미 ‘정치인 박근혜’로 거듭났다”며 “야권의 공세에 흔들림 없이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핵심 인사는 “야권의 공격이 본격화되기 전에 5·16에 대해 먼저 의견을 밝혀 우리가 논란의 주도권을 가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예상되던 야권의 과거 이슈 공세를 일찌감치 테이블에 올리면서 본선에서는 미래 이슈로 승부할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채널A 영상] 박근혜-안철수 정책,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박근혜#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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