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권에 몰아친 ‘안철수 태풍’… 민주 주자들 문단속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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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대선 주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결선투표제 공방을 정면 돌파한 문재인 의원도, ‘저녁이 있는 삶’이란 인상적인 슬로건으로 지지층 확대에 나선 손학규 상임고문도,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 돌파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도 비상이 걸렸다. 잊을 만하면 언론에 등장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선 주자들 간의 경선 룰 갈등이 봉합되면서 본격적인 경선 국면을 맞고 있지만 안 원장의 책 한 권이 야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안 원장은 범야권 후보라는 점에서 협력자로 볼 수도 있지만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후보들로서는 안풍(安風)이 반갑지만은 않다. 특히 안 원장과 각 후보들의 지지기반이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안 원장의 지지율 상승은 자신들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각 후보 진영은 안 원장의 등장에 따른 손익 계산에 여념이 없다. 문재인 후보 측은 ‘나쁠 것 없다’는 분위기다. 안 원장의 등장으로 경선 이슈가 ‘문재인 대 비문재인 그룹’이 아니라 ‘문재인 대 안철수’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문 의원은 20일 안 원장에 대해 “그분과 경쟁해야 하지만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문 대 안’ 구도를 만들고 당내 대세론을 앞세워 손 고문과 김 전 지사의 추격을 뿌리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 의원이 당 대선후보로 결정되더라도 안 원장을 꺾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당 관계자는 “누가 되더라도 정권교체가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솔직히 당이 대선 직전까지 어렵게 분위기를 올려놓고 결국 안 원장 좋은 일만 시켜 주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손 고문과 김 전 지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야권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과 젊은층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손 고문 측은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수도권 중도층까지 안 원장에게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색이다.

김 전 지사는 ‘문 대 안’ 구도에 맞서 ‘김 대 문’ 또는 ‘김 대 안’으로 경선 구도를 재편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는 “안 원장과 대립각을 세우자니 범야권 지지자들의 인심을 잃을 것 같고 가만히 있자니 후보의 존재감이 약해지며 ‘문 대 안’ 구도가 굳어질 것 같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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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대선출마#안철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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